수암골
수암골
  • 강대헌 에세이스트
  • 승인 2023.04.18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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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헌의 씨앗 한 톨
수암골 방명록 판자들.
수암골 방명록 판자들.

 

“모든 순간이 감동이다.”, “지금 행복합니다.”, “수고했어요, 토닥토닥.”, “꿈이 있는 사람은 행복합다.”, “넌 너답게 살아가면 돼.”, “아름답게 하루를 수놓자.”

청주 수암골의 골목길 벽에 붙여져 있는 방명록 판자들에 적힌 글귀들이었다. 햇살의 굵기가 두꺼워지면서 봄 내음이 무르익어 가던 어느 날엔가 일부러 찬찬히 살펴보았다.

내친김에 48개의 노란색 판자와 주황색 47개, 모두 합해서 95개의 방명록에 들어간 명사(名詞)들을 정리해 보았다. 행복, 건강, 사랑, 꿈, 꽃, 아빠, 엄마, 오늘, 감사, 할머니, 부모님, 가족, 수암골, 여행, 얼굴이란 말들이 등장했다.

강대헌 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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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많이 나온 순서대로 정리도 해보았다. 19번의 `사랑'이 1위, 16번의 `행복'이 2위, 9번의 `가족'이 3위, 8번의 `아빠'와 `엄마'가 공동 4위였다. 최고로 중요한 것은 `가족의 사랑과 행복'이라고 매듭을 지어도 무방한 풍경이었다.

해마다 몇 번은 찾아가는 수암골이었고, 산보 삼아 걷던 그곳의 고샅이었음에도 무덤덤하게 지나치곤 했던 방명록을 통해 크게 한 방 맞은 기분이었다. 틀리지 않은 가르침이었다. 세상 살면서 무슨 대단한 부귀영화를 누려보겠는가. 결국은 일장춘몽(一場春夢)에 지나지 않던가.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오늘을 감사하는 당신의 소소한 행복이 꽃다운 삶을 싹 틔우는 씨앗 한 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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