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반하장(賊反荷杖)의 극치
적반하장(賊反荷杖)의 극치
  • 박명식 기자
  • 승인 2023.04.18 1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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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중국발 황사가 한국 국민들의 삶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라는 국내 일부 언론 보도에 중국 당국이 `우리도 피해자'라며 버럭 화를 냈다.

중국 외교부는 “환경과 대기 문제는 국경이 없다”며 “황사는 중국 국경 밖인 몽골 사막에서 시작됐고 중국은 단지 거쳐 가는 곳일 뿐”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중국 일부 언론도 “몽골 사막에서 시작된 황사를 한국 언론은 중국발 황사라고 보도하고 있고, 심지어 재난이나 지옥 같은 선동적인 용어까지 사용한다”며 자국 외교부의 입장을 거들었다.

사실상 중국이 발끈하는 이유에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신라시대 일연 스님이 쓴 삼국유사에 `흙비가 내렸다'는 기록이 있었던 만큼 황사는 오랜 과거에도 존재했다. 또 황사가 주로 저기압의 활동이 왕성한 3~5월에 몽골 사막에서 발원해 강력한 바람을 타고 중국 본토를 거쳐 한국으로 몰려오는 것이 맞기 때문에 중국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 여기에 요즘 들어 중국발 황사가 더욱 극심해진 것이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로 몽골의 사막화가 급속히 진행된 탓도 있으니 중국 당국이 발끈할 만도 하다.

그러나 중국발 황사가 신라시대 때처럼 흙먼지 수준이 아닌 유해성 먼지라는 것에서 중국이 버럭 화를 낼 만큼 떳떳한지는 따져 묻지 않을 수가 없다. 몽골 사막에서 발원한 황사가 중국 본토를 통과하면서 중국 공업지대에서 발생한 아황산가스, 구리,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을 품고 한반도로 날아온다는 것은 일찍부터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 2017년 중국 공산당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 기간에 중국 당국은 베이징과 주변 허베이 등 수도권 일대의 오염 배출 공장 가동을 중지시키면서 대기오염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적이 있다.

그런데 양회가 끝나자마자 오염 배출 공장이 다시 가동하면서 대기 상황은 곧바로 악화됐다. 당시 베이징 시민들은 “중국에서 맑은 공기는 사치품에 불과하다”며 푸념할 정도였고 그 이후부터 최근까지 중국의 대기오염은 더 심각해지면서 재난 수준까지 치달아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중국발 황사가 한국 국민들의 삶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우리 언론 보도가 중국 당국으로서는 당연히 귀에 거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모래 먼지와 유해성 먼지는 큰 차이가 있다. 달리 말해 칼슘, 철분, 알루미늄 등 순수한 토양 성분의 황사와 금속화합물, 탄소화합물 등의 유해성 물질의 황사 차이는 엄연히 다르다. 토양 성분의 모래 먼지는 사람의 건강을 크게 해치지 않지만 유해성 물질이 섞인 먼지는 천식, 호흡기 감염, 심각하게는 폐암까지 일으킬 수 있는 소리 없는 살인자에 가깝다. 중국 당국은 거두절미(去頭截尾)하고 몽골 사막에서 발원한 황사가 중국을 거쳐서 갔을 뿐이란 주장만 강력히 앞세워서 중국발 황사의 유해성을 면피하려는 속내가 다분하다. 유해성분이 없는 몽골 사막의 황사가 중국을 건너뛰고 곧바로 한반도로 향할 수는 없다. 중국 당국이 발끈하면서도 확실히 인정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중국은 한국에 조금도 미안한 마음이 없다. 미안함은 고사하고 오히려 버럭 화를 내고 있으니 적반하장(賊反荷杖)의 극치가 어떤 것인지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하기야 코로나19 발원지로 중국 우한이 지목됐을 때도 강하게 부인하면서 되레 우한에서 열린 세계 군인체육대회에 참가한 미군이 코로나19를 가져왔다고 주장했던 중국에게 `미안하다'라는 말을 기대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語不成說)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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