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교가(校歌)’는 무슨 의미입니까
당신에게 ‘교가(校歌)’는 무슨 의미입니까
  • 윤학준 제천교육지원청 장학사
  • 승인 2023.04.12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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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윤학준 제천교육지원청 장학사
윤학준 제천교육지원청 장학사

 

교가를 즐겨 부르는 아이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아이들에게 전혀 불리지 않고 사랑받지 못한 교가가 왜 필요한가라는 질문이 나올 법하다. 하지만 아이들이 좋아하고 공감하는 교가를 새롭게 만들어주면 되지 않을까?

지난 3월 새로 부임 받은 교장선생님이 계신 학교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여느 학교와 마찬가지로 학교요람이 앞에 놓여 있었고 페이지를 넘기는데 교가가 눈에 들어와 악보를 보며 한 번 불러보았다. 몇 마디 불렀을까? 교회에 다니시는 교육장님과 동료 장학사님께서 한목소리로 얘기하신다. “이거 찬송가네?” 그래서 작곡가를 확인해 보니 외국인이었고 한국인 편곡자와 작사자가 있는 것이 특이했다. 이 학교는 개교가 1928년이니 거의 100년 가까이 된 학교다. 당시라면 일제 강점기일 것이고 18세기 중엽 개신교가 이 땅에 들어왔으니 서양음악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아 서양음악을 작곡하는 작곡가가 그리 많지 않던 시기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창작동요라 알려진 윤극영의 `반달'이 1924년에, 최초의 서양 가곡이라 알려진 박태준의`동무 생각'이 1922년에 발표됐으니 아마도 그 무렵 개교한 학교는 작곡가를 찾기가 매우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찬송가의 선율을 차용한 것 같다.

교육문화원 재직 당시 새로운 교가 만들기 프로젝트인 `우리학교 노래만들기'사업을 추진하면서 각 학교의 교가를 조사한 적이 있었다. 1920년대부터 1950~60년대 개교한 학교의 작곡가는 대부분 김동진, 박태준, 홍난파, 현제명 등이 주를 이루었다. 이분들의 이름이 작곡가로 기재된 전국의 수많은 학교가 실제로 이분들이 작곡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할 것이, 몇 해 전 공중파 방송에서 특정 지역의 교가를 조사한 적이 있었는데 멜로디는 같으나 작곡가의 이름이 다른 경우가 많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이 방송에선 오래된 교가의 음악적인 문제점을 지적하였는데 보통 16마디에서 24마디로 이루어진 교가를 한 학교에서 동기(첫 2마디)를 따고 다른 학교에서 3~4마디, 다른 학교에서 5~6마디…. 이런 식으로 짜깁기해도 노래가 전혀 어색하지 않게 완성되었다는 것이다. 즉, 멜로디의 개성이 없고 모든 학교의 교가가 거의 비슷한 풍이란 뜻이 된다.

또한 군국주의 식민지를 겪으며`교가'라는 이름으로 군가풍, 행진곡풍의 멜로디와 전근대적인 노랫말 등의 이미지가 형성되었다. 하나의 틀에 짜맞추듯 그 지역의 산과 강의 정기, `우뚝 솟은, 드넓은' 등 그 지역의 지리적 특성과 남학교는 `대한의 건아', 여학교는 `순결'을 강조하는 등 시대에 맞지 않는 성차별 가사도 있었다. 이제는 교가를 부르는 것이 계기 교육의 관점이 아닌 예술교육의 관점으로 보아야 한다. 아이들의 감수성과 창의력, 공감 능력이 향상될 수 있는 노래, 바로 `우리 학교 노래'이다. 교가라는 말 대신 굳이 `우리 학교 노래'라 칭한 이유는 기존의 `교가'가 가진 딱딱함과 의식가 느낌을 버리고 공감하고 즐기는 이미지를 갖기 위해서다.

요즘 새롭게 개교하여 교가를 제작하려고 하는 학교가 많다. 부디 기존의 `교가'의 이미지를 벗고 아이들과 함께 노랫말을 만들고 교가를 통해 공감할 수 있는, 사랑받을 수 있는 `우리 학교 노래'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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