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꼰대일까 2
난 꼰대일까 2
  • 임현택 괴산문인협회 지부장
  • 승인 2023.04.12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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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임현택 괴산문인협회 지부장
임현택 괴산문인협회 지부장

 

급한 일도 바쁜 일도 없는데 연신 휴대폰 시계를 본다. 뭣이 바쁘다고 운동 후 동우회원들의 야식모임은 뿌리칠 수 없는 유혹임에도 못 들은 체 발걸음을 재촉하는 나를 두고 고리타분하단다.

회원들은 메뉴를 고르면서 “오, 군싹(군침이 싹 도네)”이라며 신바람 났다. 요즘이 갓생(신의 GOD과 인생을 뜻하는 합성어로 내 인생은 최고다 라는 의미)이라며 즐겁게 살자며 삼삼오오 짝을 지어 네온불빛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무심하게 뒤돌아서는 나, 언제부터인가 몸에 밴 귀가시간 뭔지 모를 낯 뜨거움에 뒤통수가 뜨겁고 또각또각 발끝을 따라오는 구두 소리가 얄밉다.

오래전 곰살 같은 회사동료와 승합차를 타고 뽀얀 먼지를 흩날리며 휴가지를 향해 달렸다. 가로수가 울창한 비포장을 따라 둔치에 자리 잡은 우린 해 질 녘까지 뮤직플레이어를 무한 반복 재생하며 휴가를 만끽했다. 노을이 짙어질 무렵 아쉽고 섭섭한 마음으로 추억을 간직하며 발길을 돌렸다.

그런데 심술부리는 듯 출발하자마자 타이어가 펑크가 났다. 출장 정비소가 그리 많지도 않을뿐더러 긴급출동서비스도 외진 곳까지 출장 오기엔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곳이었다. 모두 우왕좌왕 마음까지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두려운 감정이 요동쳤다.

잡생각에 뒤얽힌 복잡한 시간, 우여곡절 끝에 타이어를 교체하는 동안 밤하늘엔 수많은 보석이 박히기 시작했다. 그렇게 긴 하루의 뒤안길에 조각조각 남겨진 추억의 흔적들을 끌어안고 덜컹거리는 신작로를 겨우 벗어났다.

그 뒤로 차량정비는 기본이고 타이어체크를 수시로 하는 버릇이 생겼다. 지금에야 한여름 날의 추억이라고 하지만 때론 트라우마로 남아 서둘러 귀가하는 습관이 생긴 것 같다. 어찌 보면 바보 같다.

“청소년 여러분 밤이 깊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됐습니다”란 라디오방송이 나오면 모두 서둘러 귀가 준비하던 시절도 아니고 이처럼 바삐 움직이는 내 모습이 때때로 씁쓸할 때가 있다.

신조어도 낯설고 어설프다. 동우회원들은 운동 후 시원한 캔맥주의 맛을 모르는 나를 두고 세련미 없는 촌스럽고 진부하단다. 그도 그럴 것이 차가운 캔맥주의 캔 뚜껑 따는 짜릿한 묘한 소리, 찰나 하얀 김이 훅 올라오면서 코끝에 쫙 퍼지는 맥주의 향을 모르니. 동료는 시원한 맥주 한 모금은 하루일과를 상쾌하게 마무리 짓게 하는 매력이 있단다. 이러한 맛을 모르면서 무엇에 이끌리듯 생뚱맞게 집으로 돌아가는 나를 두고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가진 꼰대라 한다. 아니 꼰대가 맞다.

꼰대라는 증거는 멀리 있지 않다. 중년들의 모임 날이면 우린 작위적이지도 못하고 너무도 자연스럽게 `예전엔 말이야, 우리가 젊었을 때는'이런 단어를 많이 쓰고 있다. 우린 스스로 시대와 발맞추는 신세대라 자부했음에도 `라데'는말이야를 쓰고 있었다.

이러니 어찌 쉰세대의 꼰대라 하지 않겠는가. 당연히 주변에서도 벌써 꼰대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러면 어떠랴. 고루하고 진부하면 어떻고 시원한 캔맥주의 맛을 모르면 어떠랴. 여전히 `라떼'를 쓰는 꼰대여도 좋다.

`꼰대는 말여, 살아온 세월만큼 파도에 둥글둥글 다듬어진 몽돌 같은겨. 부딪히고 다듬어져 모나지 않아 누구든 다 품어줄 수 있는 몽돌인겨. 아무것도 모르면서'난 속으로 크게 크게 큰소리로 마구 외쳐댔다. 꼰대들의 아우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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