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이 머지않은 듯
그 날이 머지않은 듯
  •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 승인 2023.04.1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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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일본 정부가 주변국들의 거센 반발에도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늦어도 올여름 쯤 130만톤에 달하는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할 것이라는 구체적 전망까지 나왔다.

일본 정부는 당초 모두가 동의하지 않는 이상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지 않겠다고 했던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저버렸다. 그리고는 다핵종제거설비로 오염수를 정화해 대부분의 방사성 물질은 제거됐다는 입장만 고수한 채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기 위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처럼 일본이 주변국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오염수 방류를 결정한 배경에는 일본 편을 드는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있다.

실제로 미국의 기후특사는 “일본이 IAEA와 충분한 협의를 진행해 왔고 오염수 방류와 관련한 엄격한 절차를 마련한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고 IAEA도 “오염수 처리 과정을 검증한 전문가들의 조사 내용 보고서에서 일본 측의 감시 체계는 신뢰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이번 일본의 오염수 방류 결정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해 북한, 중국, 호주, 뉴질랜드, 나아가 피지 등 태평양 연안 섬 나라들까지도 비상등이 켜졌다.

북한은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대해 범죄로 규정하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은 국제사회의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요구에 귀를 기울이고 이해관계 주변국과 충분히 협의할 것을 촉구했다. 일본 국민 절반도 자국 정부의 오염수 방류 결정에 대해 “방사능이 위험한지 분명히 알면서도 유엔의 환경평가 기준은 물론 주민들의 견해와 다른 주변국들의 우려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면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대한민국 정부의 대응만 어딘가 모르게 석연치 않다. 대통령실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정부 입장에는 변함이 없고 일본 후쿠시마산 수산물이 국내로 들어올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동문서답이다. 팩트를 벗어나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만 운운한다는 것은 방사능 오염수 방류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에 단호하게 항의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 발 더 나아가 한덕수 국무총리는 대정부 질문에서 `오염수 방류에 찬성하느냐'는 야당 의원 질문에 “그건 국제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궤변이다. 대한민국 국무총리라면 당연히 `반대한다'고 답변하는 것이 국민적 상식에 부합한다는 것쯤은 초등학생들도 알법한 일인데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독일 킬대학 헬름흘츠 해양연구소는 후쿠시마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할 경우 우리 제주 앞바다까지 도달하는 데는 200일, 그리고 280일 이후에는 동해 앞바다까지 도달한다는 시뮬레이션 연구 결과를 내놨다.

그런데 우리 정부의 출연 연구기관인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는 무려 4~5년 후에나 제주도에 도달할 것이라는 연구 분석을 내놓으면서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힘을 실어 주었다.

정부가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를 대폭 양보하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다른 민감한 외교 현안까지도 일본의 요구에 굴복당하는 모양새가 현실화되고 있는 듯싶다.

당장 코앞에 닥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부터 앞으로 산적해 있는 △수출규제 △일본 수산물 수입 금지 조처 △초계기 갈등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위안부 합의 △독도 영유권 분쟁까지 모두 `대일본 제국 만세'가 될 그 날이 머지않은 듯 싶어 불안함이 엄습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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