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해제 13년 속리산 상가지구
국립공원 해제 13년 속리산 상가지구
  • 엄경철 기자
  • 승인 2023.04.06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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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엄경철 선임기자
엄경철 선임기자

 

“오전 11시 반 보은군 내속리면 속리산국립공원 입구. 차도 양옆에는 음식점, 슈퍼마켓, 호프집 등 상점이 1㎞가량 이어져 있다. 하지만 관광객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상가지역 뒤편으로는 여관 등 숙박시설이 즐비했지만 상당수는 문을 닫은 상태였다.

한때 수학여행지로 관광객이 붐비던 이 지역은 슬럼화되고 있는 상태. 지역주민은 “1970년대 개발된 후 변한 것이 없다 보니 관광객들이 찾아오질 않는다”며 “마을사람들의 요구는 환경이 훼손되도록 대규모 개발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먹고살만한 터전으로 바꾸고 싶다는 것”이라고 했다.”

2010년 9월 한 신문에 게재된 내용의 일부다. 해당지역이 국립공원구역에서 해제되던 시기다.

13년이 지난 현재 이 지역의 모습은 어떻게 변했을까. 2023년 4월4일. 평일인 이날 오전 속리산 상가가 밀집된 곳은 한산했다. 평일이라 그럴 것이라고 이해하면서도 쇠락한 관광지 모습이었다.

지역주민 말대로 1970년대 모습이 상가지역 뒤편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버스터미널 옆에는 번성기의 옛 명성 회복을 기원이라도 하듯 `속리산, 수학여행 1번지'라는 제목의 작은 조형물에 흑백필름을 형상화한 사진이 담겨있었다. 시간이 멈춘 듯한 상가지역을 대변하고 있었다.

50년 전 수학여행객들이 몰리면서 형성된 속리산 상가지역이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있었다.

1970년 속리산국립공원 지정이후 공원지역의 주민들은 사유재산 침해 등을 이유로 민원을 제기하고 공원 해제를 요구했다. 공원에서 해제되면 삶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주민들의 계속되는 저항으로 2010년 속리산 상가지구 등이 국립공원구역에서 해제됐다.

하지만 주민들이 기대했던 것과 현실은 너무도 차이가 있었다. 국립공원에서 해제되면서 용도가 상업지구로 변경, 건폐율이 크게 낮아졌다.

속리산 상가지구 일대의 땅 소유주는 법주사다. 다시말해 상인들이나 주민들은 남의 땅을 임대해 건물을 세운 것이다. 땅과 건물주가 다른 특수한 환경에서 국립공원 해제에 따른 상업지구 전환, 건폐율 축소라는 복병을 만났다. 관광활성화를 위해 지정한 관광특구도 개발에 걸림돌이 됐다.

국립공원구역에서 해제되면 상업시설을 늘리고 고쳐 상가지구가 달라질 것으로 기대했던 터라 실망감이 컸다. 내 땅도 아니고 건물을 새롭게 단장하기도 쉽지 않고, 관광객은 늘지 않으니 투자가 이뤄질 수 없었다.

주민들이 기대했던 것과 현실은 너무도 달랐다. 국립공원구역에서 해제되기는 했지만 또다른 규제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돈을 들여 새로운 환경을 조성해도 관광활성화는 엄두도 못내는 상황이 지속됐고, 1970년대 흑백사진 모습 그대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환경이라면 속리산 상가지구 활성화는 요원하다. 주민들 스스로 헤쳐나갈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

결국 정부와 지자체의 몫이다. 현 상태만이라도 유지해서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 이곳의 현실이다. 다음달부터 국립공원이 입장료를 받지 않아 관광객이 늘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근본적인 것을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관광트랜드에 맞춰 변화하지 않는다면 속리산 관광활성화는 요원하다.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고민과 해법찾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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