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정책은 바로잡아야 한다.
잘못된 정책은 바로잡아야 한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9.20 23: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이 수 한 <행동하는 복지연합 대표·신부>

요즘 자주 열리는 노인 장기요양보험과 관련된 세미나, 심포지엄, 연구발표 대부분이 정부에서 실시하고 있는 정책을 홍보하거나 외국의 사례를 설명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며칠전 서울 가톨릭 사회복지회에서 주관한 '노인 장기요양보험제도와 사회복지현장의 대응'이라는 주제의 심포지엄에 토론자로 참석했다. "이번만은 다르겠지" 하는 기대를 갖고 먼거리를 달려갔지만 남은 것은 후회뿐이었다.

잘못된 정책은 바로잡아야 한다. 잘못된 정책 하에서 어떻게 살아남을까를 고민하기보다 그 정책으로 사각지대에 놓이게 될 사람들을 어떻게 보호해야 할까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 종교인과 사회복지인의 고민이어야한다. 사회복지 실천현장에서 일한 필자의 경험으로 내년부터 실시되는 노인 장기요양보험은 많은 문제점이 있다. 사실 노인 장기요양보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수발시설의 확보와 전문인력의 확충, 안정적인 재정의 확보 등이 선행돼야 한다.

먼저 고민해야 할 부분은 재가노인복지시설의 문제다. 노인재가복지시설은 국민기초생활보장 대상 노인이나 저소득층 노인을 대상으로 한 시설이었다. 현재 재가노인복지시설에서 보호되고 있는 노인의 80%는 노인 장기요양보험제도하에서는 등급 외 판정을 받아 보호 대상에서 제외된다. 즉 노인 장기요양보험제도의 시행으로 보호돼야 함에도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대상자에 대한 보호문제는 현 제도에서는 전혀 배려되고 있지 않다.

다음은 재가노인 요양시설의 기능적인 측면에서의 열악함이다. 재가노인 복지시설은 노인 장기요양보험에서 3등급 안에 드는 중증노인을 보호하기에는 너무 열악하다. 그럼에도 정부는 시설 인프라 구축 면에서 100% 문제가 없다고 한다.

노인 수발 전문인력의 확보는 더욱 시급하다. 정부는 240시간의 교육을 받은 노인 요양보호자 자격제도를 도입하면서 전문인력의 확보를 자신하고 있다. 학력을 불문하고 이론·실기·실습 각 80시간의 교육으로 전문 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어디에서 오는지 의심스럽다.

많은 사람들은 사회복지적 접근과 의료적 접근을 혼동하고 있다. 의료·사회복지·종교적 접근이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런 분류와 정의가 한마디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의료적 접근은 치료 가능한 경우다. 사회복지적 접근은 치료가 가능하지 않은 경우며, 의료적 접근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보호라는 측면이 강조되고 주변의 자원과 연계돼야 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종교적 접근은 죽음까지 염두에 둬야 하는 경우로 의료와 사회복지적 접근을 무시하지는 않지만 인간다운 죽음까지도 생각하는 호스피스와 같은 접근 방법이다.

예를 들면 건강보험은 의료적 접근이라는 측면에서의 사회보장제도다. 이 제도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사회복지적 접근인 장기요양을 필요로 하는 노인들이 의료적 접근이라 할 수 있는 장기 입원을 하게 됨으로써 노인의료비용의 증대를 가져왔다. 이를 막고자 정부는 노인 장기요양 보험의 도입을 고민하게 된다. 그러나 장기요양 보험과 관련된 정책의 방향을 보면 건강보험의 확대라는 생각이 든다.

사회복지계에서는수발이라는 용어를 강조했다. 하지만 의료계 요청대로 요양이라는 말을 도입하게 됐고, 장기요양 보험은 보호라는 측면보다는 의료, 즉 치료라는 측면이 강조됐다. 치료를 강조한다면 굳이 장기요양 보험을 도입할 이유가 없다.

이런 정부나 의료계의 생각은 정책에도 그대로 반영돼 있다. 즉 의료적 접근을 위해 만들어진 건강보험공단이 재원조달 및 사례 판정 까지도 책임을 지고 있다. 그러나 의료적 접근과 사회복지적 접근은 다르다. 노인 의료비용의 증대를 막기 위해 노인 장기요양 보험을 도입했다면 건강보험공단에서 재정확보를 위한 역할은 수행할 수 있지만, 사례 판정에 관한 부분 만큼은 사회복지계의 역할로 돌려줬어야 한다. 상생의 삶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할 시기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