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마음 일기 1
한 사람의 마음 일기 1
  • 박경전 원불교 청주 상당교당 교무
  • 승인 2023.04.06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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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박경전 원불교 청주 상당교당 교무
박경전 원불교 청주 상당교당 교무

 

일기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이제 내년이면 서른이다.

서른이 다 되어 일기를 쓰기로 마음먹은 것은 하나의 계기가 있었다.

`성찰'이라는 단어를 우연히 들었기 때문이다.

서른이 다 되도록 내 인생을 성찰해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내 인생이 허송세월이었다고 핑계를 대고 싶지는 않다.

그래도 일기를 썼다면 조금은, 아주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지 않았을까?

일기를 쓴다는 것은 회고이다. 이미 지나간 오늘을 적는 회고이다.

일기를 쓴다는 것은 기록이다. 오늘의 역사를 그대로 기록하는 것이다.

일기를 쓴다는 것은 반성이다. 오늘의 후회를 보감삼아 미래를 바꾸는 것이다.

일기를 쓴다는 것은 성찰이다.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것일까?

나는 정의를 선택하고 살고 있을까?

나는 내가 목표한 길을 그대로 걷고 있는 것인가?

나는 나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가?

나는 나를 알고 있는가?

성찰은 인간만이 갖고 있는 중요한 기능이지만,

대부분의 인간이 잊고 사는 기능이기도 하다.

일기를 쓰지 않는 성찰은 그저 지나가는 생각이 되기 쉽다.

성찰은 인간을 더 나아지게(進級) 만든다.

더 나아지는 것(進級)은 지금의 삶에 세워진 이정표이다.

그 이정표를 잊지 않기 위해 일기를 쓴다.

일기를 쓰기로 한 마음을 일기로 쓰다.



원불교의 교조이신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공부인들의 수행방법 중 하나로 일기법을 말씀하셨다. 사람들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일기를 쓰지 않는다. 초등학교에서 억지로 일기를 쓰게 했기 때문이다. 억지로 하는 공부의 한계이다. 공부의 원리를 알려주어야 했다.

우리나라의 종교 인구는 우리나라의 총 인구수보다 많다고 한다. 물론 각 종교에서 발표한 허수 때문이겠지만 그렇다 해도 그 많은 종교인들을 갖고 있는 대한민국은 어찌하여 아직도 이렇게 도덕적으로 창피한 일들이 많은 것일까? 종교와 생활이 둘이 되어 따로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각자가 갖고 있는 종교의 교리가 생활 속에서 활용되지 못하고 추상적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대종사 말씀하시기를 `모든 학술을 공부하되 쓰는 데에 들어가서는 끊임이 있으나, 마음 작용하는 공부를 하여 놓으면 일분 일각도 끊임이 없이 활용되나니, 그러므로 마음공부는 모든 공부의 근본이 되나니라.'(대종경 요훈품 1장 말씀)

마음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일기를 작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추상이 아닌 실제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 칼럼에서 한 사람의 마음공부 일기를 꾸준히 보여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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