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나라 - 그레나다(1)
매력적인 나라 - 그레나다(1)
  • 전영순 문학평론가
  • 승인 2023.04.05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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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전영순 문학평론가
전영순 문학평론가

 

가난은 결코 매력적인 것도 아니고, 교훈적인 것도 아니다. - 찰리 채플린

나라님도 못 말린다는 가난 앞에 젊은이들은 낭만의 노래를 부른다. 환상적인 풍경이 펼쳐진 땅에서 절대적 행복이 상대적 빈곤으로 다가오는 날이다.

대낮 청춘들의 열기에 하늘과 바다가 춤춘다. 터덜거리는 산모롱이를 돌아가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쿵쾅거리는 음악 소리와 술과 담배 연기를 뿜어 올리는 청춘들을 만난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사파이어 빛 하늘이 펼쳐진 자연 앞에 나는 환희의 노래를 부르고, 그들에게서 바닷속 흑진주의 꿈은 무엇일까를 생각한다.

카리브해에서 최 남동쪽에 자리한 그레나다는 스페인령이었다가, 프랑스령이었다가 영국령이었다가 1974년 영연방의 일원으로 독립한 나라다. 전체면적이 우리나라 강화도만 한 섬나라다.

그레나다 수도인 세이트조지스는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소박한 마을이다. 수도라기보다는 마을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어울린다.

그레나다는 “석류의 언덕”이라는 뜻으로 스페인의 지명을 따서 붙여졌다고 한다. 이곳 사람들은 향신료 섬(Spice Island)이라고도 부른다.

오늘은 소자본이 개입한 문명 앞에 매력적인 항구 포르 조지를 시작으로 그레나다를 이야기해 볼까 한다. 어느 나라든 아픈 역사는 시간 속에 묻혀 말이 없다.

모리스 비숍 공항에서 세이트조지스로 가는 길에 포르 조지 항구를 만난다.

바다를 배경으로 할까? 마을을 배경으로 할까? 어디를 배경으로 하든 매력적인 항구다. 그냥 지나치려는 가이드에게 항구에 내려달라고 했다. 내게 매력적으로 다가온 풍경을 놓치고 싶지 않다. 그레나다 여행은 포르 조지 항구만으로도 만족할 정도다. 알록달록하게 색칠한 낮은 건물들이 항구를 중심으로 산 위에 풍경으로 앉아 있고 바다에는 수백 대의 요트가 떠 있다. 요트의 주인은 다른 나라 재벌가들이라고 한다. 요트는 바다에서 주인이 `언제나 올까'하고 목이 빠지도록 기다리고 있다. 항구에 기름이 둥둥 떠다녀도 포르 조지 항구는 매력적이다.

아름다운 풍경에 푹 빠졌다가 엘리자베스 여왕이 다녀간 하우스 오브 초콜릿 박물관으로 향했다. 세 명의 여인이 오렌지와 채소 몇 개를 펴놓고 길거리에 앉아 있다. 흥정을 뒤로하고 초콜릿 박물관에 들어서니 벽에 그려진 벽화가 눈에 들어온다. 초콜릿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초콜릿이 만들어지기까지 과정을 설명하는 청년에게서 달달한 초콜릿 향이 난다. 박물관에서 파는 초콜릿은 생각보다 비싸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초콜릿 원료는 수출 주산품인 육두구와 함께 질이 좋아서 비싼 값으로 거래된다. 육두구는 영국인이 제일 좋아하는 향료로 한때 영국이 그레나다를 버리지 못한 이유라고 한다. 지금은 2004년 허리케인 이반(huriczne Ivan)으로 나무가 유실되어 얼마 남아 있지 않다.

포르 조지에서 세이트조지스로 가는 골목에 펼쳐진 알록달록한 집들은 집시처럼 여행자들을 매혹적으로 끌어들인다. 다운타운으로 가는 길은 길이 아니라 골목이다. 산 위에 자리한 시청과 감옥이 허리케인이 지나간 지 20년이 지났어도 파손된 채로 남아 있다. 국회 의사당도 시청도 해리 케인으로 파손되어 한 나라를 대표하는 관청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Edward 왕자 부부, 빌 게이츠 등 저명인사나 재벌가들이 찾는 매력적인 휴양지, 그레나다. 현지 청년들의 절대적 행복이 내게 태만과 안일로 다가온다. 석유는 베네수엘라에서 조달해주고 아스팔트 도로를 다닐 때마다 중국에서 지원했다고 현지 가이드는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젊은 청년들은 하얀 대낮에 음악 소리에 맞춰 낭만을 즐기고 있다. 젊은이가 부족한 나라에 사는 나는 낭만을 즐기는 청년들의 일손이 졸고 있는 햇살만큼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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