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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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박사
  • 승인 2023.03.05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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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여는 창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박사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박사

 

1988년까지 문서작성에 두벌식 타자기를 사용했다. 활자를 치면 먹지를 때려 종이에 글씨가 찍히는 원리다. 오타가 나면 불편하다. 종이를 꺼내 화이트로 지우고 새로 글자를 쳐야 한다.

새로 입사한 직장에 컴퓨터 2대가 들어왔다. 기계를 좋아해 컴퓨터 한 대를 독차지했다. 매뉴얼도 없이 독학으로 한글 문서 작성법을 터득했다. 자료 관리 프로그램인 D-Base도 혼자 익혀 후원자 관리에 사용했다.

이벤트 기획사를 창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했다. 논문 작성을 위해 개인용 컴퓨터와 레이저 프린트를 샀다. 많은 돈을 지출했다. 통계프로그램인 SPSS도 설치하고 명령어를 하나씩 배우며 프로그램을 익혔다.

대학교수가 된 다음에는 노트북을 구입했다. 운영 체계가 윈도우로 바뀌며 인터넷을 사용했다. 정보를 검색하고 메일도 교환했다. 파워포인트와 액셀, 포토샵,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 악보 그리기와 작곡 프로그램, 음악과 사진 프로그램 등 거의 모든 것을 노트북 컴퓨터로 처리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모두 다섯 대의 노트북, 세대의 데스크탑, 두 대의 태블릿을 구입했다. 프린터와 주변기기, 소모품까지 합치면 정말 많은 돈을 컴퓨터에 투자했다.

지금은 하루 중 스마트폰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 문서전송과 수신, 정보 탐색과 기록, 사람과 대화, 금융업무 등 모든 업무에 스마트폰을 활용한다.

며칠 전 넷플릭스에서 본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가 정말 공감된다. 안전한 컴퓨터 사용을 위해 암호체계도 발달했다. 처음에는 문자와 숫자를 사용하다가 지문과 홍체인식, 안면인식으로 진화했다. 나는 주로 안면인식을 사용한다. 쳐다보기만 하면 작동하니 정말 빠르고 간편하다.

그런데 안면인식에 문제가 생겼다. 인식기가 한참을 깜빡이다 인식할 수 없다는 메시지만 반복해 나타난다. 암호를 직접 입력해야 하는 불편함이 늘어났다. “왜 이럴까? 변한 것은 내 머리 스타일 뿐인데.”

세월의 무게만큼 머리카락이 흰색으로 변하고 얇고 약해져 빠지기 시작한다. 내 머리카락은 얌전해서 언제나 가라앉아있다.

젊은 시절 `이현세의 만화 주인공 까치'와 같은 뻗치는 머리 스타일이 소원이었다. 꿈을 이루고 싶어 처음으로 미장원에 가서 `파마와 왁싱'을 했다.

햇볕을 받으면 머리카락이 보라색으로 변한다. 모양도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다. 소원처럼 머리카락을 세웠다. 학생들이 멋지다고 환호한다. 생소하다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좋아한다. 스스로 생각해도 괜찮아 보인다.

모든 면에서 좋아지고 모두 좋아하는데 오직 하나 안면인식에만 문제가 생긴 것이다. 최신 컴퓨터와 소프트웨어는 변신한 나를 인식하지 못한다. 그만두고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라 한다.

하지만 당분간은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작정이다. `파마와 왁싱'은 열심히 살아온 나에게 내가 준 생애 첫 선물이다. 행복해지려면 일상을 깨트리는 변신전략이 필요하다.

“행복해지고 싶은 남자들이여! 미용실로 달려가라. 자신을 돌보고 선물해라” 남자의 변신은 무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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