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류를 범하기 않기 위해서
오류를 범하기 않기 위해서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9.17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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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칼럼
이 성 우 <충북환경연합교육실장>

최근 단체 행사 때문에 청원군 문의면에 있는 '노현리'라는 마을과 '청남대' 그리고 '작은용굴'을 둘러보고 올 일이 있었다. '대청호상류마을 직거래투어'라는 행사로, 상류농촌마을 입장에서는 친환경농업을 통해서 생산된 농산물의 판로를 확보하고, 하류 도시민들은 생태적 감수성과 우리의 고향인 농촌마을을 둘러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행사다.

결국 이를 통해서 대청호 상류의 친환경농업을 하류에서 지원함으로써 대청호 수질개선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하루 일정으로 진행된 이 행사의 코스 중 한 곳이 '작은용굴'이다. 작은용굴에 대한 설명을 하다보면 같이 이야기되는 다른 동굴이 하나 있는데 바로 '청원두루봉동굴 이하 두루봉동굴'이다. 인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 석기, 그리고 석기를 이용해서 잡은 짐승 뼈화석과 뼈연모 등 많은 구석기문화자료들이 발굴돼 아시아 구석기문화에서 뚜렷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역사교과서에도 실려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중요한 구석기 유적으로 알고 있는 곳이다. 하지만 두루봉동굴이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지역 사람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을 것이다. 애석한 일이지만 두루봉동굴은 석회석 광산의 개발로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지금 우리'들의 기준으로 생각하면 이해가 잘 안되는 일이지만, 70∼80년대에 그나마 발굴이라도 한 게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 자료를 찾다가 알게 된 두루봉동굴의 현실, 그리고 그 현실 속에서 떠오른 '청주가로수길'에 대한 논쟁.

지난달 청주시는 가로수길(4차로)을 그대로 쓰고, 2개 차도와 녹지공간(걷는 길)을 조성하는 '가로수길 확장·포장 계획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이 계획은 1999년 '기존 가로수길+4차로 신설'안 이후 환경단체들과의 오랜 논의를 통해서 2005년 도출해 낸 '기존 가로수길 공원화+왕복 6차로 신설' 계획을 완전히 뒤엎은 계획이다. 처음에는 환경단체들과 함께 논의해서 계획을 마련했지만, 이미 공사가 30%가 진척된 상황에서 여러 의견을 고려해본 결과 다시 변경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도대체 어떤 의견을 듣고 무엇을 고려한 것일까 20여년 전 문화유산을 보전하는 것보다는 석회 광산을 개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당시 사람들'은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길거리에 지나가는 사람 중 아무나 붙잡고 물어봐라, 두루봉동굴이 사라졌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당시 사람들'이 잘못 판단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면 '지금 우리'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가로수길에 차가 다니지 않는 경우는 아직 한번도 경험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차없는 가로수길은 상상도 못하고 가로수길에는 꼭 차가 다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가로수길의 가로수가 죽어가는 주된 이유가 포장된 도로와 차량 때문인 것이 연구를 통해서 밝혀지고, 몇 년간의 논의끝에 가로수도 살리고 차량통행도 원활히 하기 위한 '기존 가로수길 공원화+왕복 6차로 신설' 계획이 수립되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하는 이야기는 가로수를 살리기 위한 기본 취지에 맞지 않은 논의로 흘러가고 있다. 환경, 문화, 교통 등 가로수길에 대한 여러 관점과 논의 방향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가로수에 대한 논란이 생긴 이유가 죽어가는 가로수를 살리기 위한 것이라면 우선 가로수를 살리고 나서 다른 여러 가지를 논의하는 것이 순서상 맞는게 아닐까

'지금 우리'는 20여년 전 '당시 사람들'이 잘못 판단해서 두루봉동굴이 없어졌다고 생각한다. 당장 몇 년 안에 가로수가 죽지는 않겠지만, 단지 '지금 우리'의 기준으로만 가로수길을 대한다면 이 후에는 너무 늦어서 가로수를 살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될 것이다.

아직은 가로수를 살릴 수 있는 시간이 있다. '지금 우리'의 잘못 된 판단으로 '당시 사람들'에 대해서 '지금 우리'가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이야기하는 말을 '우리 후손들'에게서 똑같이 듣는 오류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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