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기억하고 기록해야 할까
무엇을 기억하고 기록해야 할까
  • 박종선 충북문화재연구원 기획연구팀장
  • 승인 2023.01.29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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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문화유산의 이야기
박종선 충북문화재연구원 기획연구팀장
박종선 충북문화재연구원 기획연구팀장

 

2022년 12월,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는 프랑스의 국민 빵 `바게트'를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하는데 합의했다. 오늘도 누군가의 아침 식사였고 따뜻한 정을 나누는 즐거움의 의식이 인류가 지켜나가야 할 무형의 유산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이는 비단 프랑스 바게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게트처럼 전통성을 간직하면서도 현재성이 있는, 그리고 미래에도 가치를 물려줘야할 무형의 유산들이 우리 곁에 산재해 있다. 하지만 우리 생활과 너무 가까이 있었기에, 세월이 흘러감에 사라지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기에 우리 관심 속에 벗어나 점점 사그라져가고 있다. 기억하지 않으면, 기록하지 않으면 이름 없는 꽃처럼 시들어갈 우리들의 이야기가 손을 내밀고 있다. 이러한 때에 우리가 미처 신경 쓰지 못한 무형유산을 찾아내어 후속세대에게 전달하는 것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책무이다.

문화재청에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2022년부터 5년간 “미래무형유산 발굴·육성사업”을 통해 무형유산 100종목을 찾아 미래세대에게 전해주려고 하고 있다. 2022년은 그 첫 해로 전통지식/생활관습/놀이·축제 분야의 15개 종목을 선정하였다. 충북에서는 `보은 뽕나무 재배와 누에치기'와 `옥천의 돌탑과 마을신앙' 두 종목이 선정되어 1년간 조사·연구, 기록화 등을 통한 종목가치에 대한 심도있는 학술 연구가 이루어졌다. 이 종목들은 지속적인 연구와 활용을 통해 국가와 지역을 대표하는 미래의 문화자원으로 육성될 예정이다.

충북에는 보은 뽕나무재배와 누에치기처럼 이전에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너무나도 다양하게 여겼던 다양한 생산지식들이 이제는 기억하고 기록하지 않으면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생산협동조합인 제천엽연초생산협동조합은 1918년 설립된 뒤 지금까지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 충주와 제천 지역은 일제강점기 황색종이 들어온 이후 우리나라에서 가장 담배농사를 많이 짓는 지역이 되었다. 그러나 현재 담배농사를 짓는 인구가 많이 줄어들어 전통지식에 대한 기록이 중요한 실정에 놓이게 되었다.

비단 담배농사뿐만 아니라 금강과 남한강 수계에서 행해지는 내수면 어업 활동의 다양한 이야기들도 점차 사라지고 있으며, 우리나라 온돌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구들장(점판암) 생산지인 옥천 안내면과 보은 회남면에 대한 조사도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일제강점기 일제가 만든 벼루 생산 조합인 `석기조합'은 우리나라 벼루 중 가장 유명한 남포 오석벼루 산지인 보령과 자석벼루의 산지인 충북 진천에 위치해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우수한 역사성을 가지고 있는 진천 자석벼루에 대한 전승도 끊어져 가고 있는 실정이다.

무형의 자산들은 유형의 자산들과 다르게 현재 기록해 놓지 않으면 그 주체가 사라져 버리는 순간 다시는 기록할 수 없게 된다. 이제는 누군가가 지키고 기억하고 기록해야 할 시점이다. 한번이라도 더 듣기 위해 뛰어야 할 때이다.

“기록하지 않으면 기억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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