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는 전쟁
끝나지 않는 전쟁
  • 김근희 청주시 오창읍행정복지센터 주무관
  • 승인 2023.01.29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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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김근희 청주시 오창읍행정복지센터 주무관
김근희 청주시 오창읍행정복지센터 주무관

 

코로나19와 함께 시작한 나의 공직생활은 어느덧 3년 차가 되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코로나와 밀당을 거듭하며 오래도 싸워왔다. 잊을만하면 나타나는 변이 바이러스는 우리를 혼돈에 빠뜨렸으며 대응 지침도 어느덧 13-1판에까지 이르렀다.

그렇게 싸워온 지금 백신과 치료제 생산에 성공했고 마침내 시행한 실외 마스크 해제로 코가 시린 차가운 겨울바람을 맞을 수도 있게 되었다. 그 얼얼한 고통마저 내가 그리워했던 참 반가운 일상이다.

단계적 방역 해제 분위기 속에서도 방심할 수 없는 곳이 있다. 바로 `감염취약시설'이다. 중증위험도가 높은 이곳은 종사자 주 1회 PCR 검사를 의무로 한다. PCR 검사 덕에 고요를 유지한다면 좋겠지만 시설 내 감염이 발생하면 집단감염을 피해 가기는 어렵다. 철저한 방역관리를 위해 무던히 애씀에도 말이다. 전파속도는 빨라졌을뿐더러 대다수 시설의 폐쇄적이고 협소한 구조 조건상 초기 접촉자 분리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코로나19라는 이 징글징글한 바이러스는 건강취약계층에게는 곧 생명을 위협하는 감염병이기에 시설에서 양성자가 발생하면 상황을 평가한 후`동일집단관리(코호트)'지정에 나선다.

코호트 격리 시 지급되는 지원금 등으로 시설에 협조를 구하기는 쉬워진 상황이지만 현장의 곡소리는 끊이지 않는다.

행정명령이 시행되면 종료 시점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인데 길게는 두 달이 넘어서야 해제된 사례도 있었다. 이렇게 되면 병상 순환이 제한되고 결국 경영난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또 몇 번의 집단감염 사례를 겪은 시설에서는 한숨을 푹푹 내쉬며 하나 같이 `인력 부족'을 얘기한다.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서는 종사자가 발 빠르게 확진자 및 접촉자·비접촉자 구역을 분리하고 각 구역만의 담당 인력을 배치해 철저한 방역 조치를 해야 하지만 종사자 또한 코로나를 피할 수는 없기에 그저 난처할 뿐이다.

종사자의 격리 기간을 3일까지 단축 가능한 BCP(업무연속성계획) 지침이야 있지만 지침 적용은 일일 확진자 수 `10만명' 이상일 경우에서만 가능하다. 오미크론 대확산 이후에는 유행 기간에도 그저 8만명을 밑도는 상황에서 BCP 지침은 그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엔데믹을 앞두고 있는 지금 획일적이기만 한 방역지침은 흐름에 뒤처진 `글자'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일부 방역수칙을 시설에 맞게 운영할 수 있도록 조정이 필요하다는 여론에 동감하는 바이다.

6일에 한 번씩 돌아왔던 고된 코로나19 야간 근무를 하던 날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는 요즘이다. 낮이든 새벽이든 확진자와 수일간의 동선 조사를 하고 트럭 조수석에 몸을 구겨 넣고 확진자를 매일같이 격리시설로 날랐던 동료들. 동료들의 땀과 눈물로 버텨냈던 그날들을 안주 삼아 웃으며 회상할 날들이 이제는 성큼 다가온 것 같다는 것을 직감한다.

그럼에도 감염 취약시설의 방역지침 완화에는 나조차도 주춤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에 코로나19 방역지침은 딜레마로 다가오며 아주 얄궂게 느껴지기도 한다. 관계자의 신음에도 빛이 되어 주지 못한다는 허탈감이 오랜 기간 나를 꽤 무력하고 힘 빠지게 만들었기 때문인 것 같다.

우리는 막바지 방역에 최선으로 일조할 것이며 곧 모두에게 따뜻한 봄이 오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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