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라이팅
가스라이팅
  •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 승인 2023.01.26 19: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상대방을 교묘하게 심리적으로 지배하여 자기가 원하는 대로 이용하는 심리조작, 가스라이팅으로 인해 삶이 파괴되고 심지어 죽음에까지 이르게 하는 사건들이 생기고 있다. 언론을 통해 드러난 가해자들을 사이코패스라 비난하고 또 한편으로 피해자들에게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도 보인다. 그런데 가스라이팅은 의외로 우리 주위에 범람해 있다. 주변을 돌아보아 피해자가 있다면 도움을 줘야 할 것이며 혹 자신이 가스라이팅의 가해자가 될 수 있음도 경계해야 할 것이다.



# 가스라이팅

심리치료사 로빈 스턴은 그의 저서 `가스등 효과(Gaslight Effect)'에서 `의식·무의식적으로 상대방을 조종하려는 가해자와 그를 이상화하고 그의 관점을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는 피해자가 만들어내는 병리적 심리현상'을 `가스라이팅'이라 했다. 가스라이팅은 상대방을 통제하려는 소유욕에서 발생하며 가해자는 사악하거나 파렴치한이거나 인격장애를 가지지 않은 평범한 이웃 사람일 수도 있다.

가스라이팅은 일반적인 폭력과 달리 직접적인 갈등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친밀감을 형성한 뒤 교묘하게 가해지기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중독돼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가해자는 자신이 피해자를 심리적인 지배를 한 사실을 인정치 않으며 그 행위에 대해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특징이다.

가스라이팅이 발생하는 데는 위계질서가 중요하게 작용하는데 가해자는 주로 피해자와의 관계에서 우위에 있다.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고자 하는 욕구로 인해 가해자의 말을 절대적으로 받아들이며 자신도 모르게 피해자가 된다. 상대방이 순종과 떠받들기를 자주 그리고 은근히 요구한다면 가스라이팅의 전조가 보이는 것이다. 종교집단이라는 권위적이고 내밀하고 폐쇄적인 관계에서 아픔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종교시설에서 심리지배는 더 쉽게 일어날 수 있다.



# 나르시스트와 마키아벨리스트

가스라이팅의 가해자들은 나르시시즘(narcissism)과 마키아벨리즘(Machiavellianism) 성향이 강한 성격 특성과 연관된다. 마키아벨리즘과 나르시시즘은 자신의 목적달성을 위해 남을 조종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 동기는 다를 수 있다. 나르시스트의 가장 큰 본성은`자기혐오'에 있다. 남들에게 보이기 싫은 자신의 진짜 모습을 감추기 위해 과대하게 자기를 포장하고 심지어 그것을 진짜로 믿게 된다.

이러한 자신의 조작된 이미지인 페르소나(persona:가면)를 지키기 위해 타인을 조종하고 속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자기 우월감이 지나쳐 어떤 상황에서든 타인으로부터 추앙과 존경을 받아야만 한다.

마키아벨리스트는 자신감이 충만하고 냉소적이고, 교활하고, 차갑고, 계산적이고, 기만적일 수 있으나 처음에는 이런 모습을 완전히 드러내지 않을 수 있다. 개인적인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남을 속이거나 조정하는데 익숙하기에`가스라이팅'이 극단적 마키아벨리스터의 표현방식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가스라이팅을 대처하는 방법 중 가장 확실한 것은 본인의 경험과 그 당시의 감정, 가해자의 반응을 주변 사람에게 이야기하고 객관적으로 판단해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다. 임상심리학자 채규만 박사는 자신이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다고 판단되면 가해자를 이해하려거나 설득하거나 변화시키려고 노력하기보다는 하루빨리 가해자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한다. 사람은 쉽게 변화하지 않기 때문이다. 때로는 피하는 게 상책이다.

가스라이팅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가해자에게 중독되기 전에 위험을 감별해야 한다. 그리고 나 자신도 타인을 가스라이팅하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하고 경계해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