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다고?… 손주 돌봄 할머니 `우울하다'
재밌다고?… 손주 돌봄 할머니 `우울하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3.01.04 1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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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정책硏 조사 결과 우울지수 3.341점 악화
주요 양육체계 - 일·가정 양립 초점 관심 제외
미취학 아동 돌봄 조모 부담 … 심리지원 필요

# 청주시 서원구에 사는 이 모씨(여·64)는 올해로 3년째 손자(4)를 돌보고 있다. 아들·며느리가 맞벌이 직장생활을 하다보니 손자돌봄이 자연스럽게 이씨 몫이 돼 버렸다.

처음에는 옹알이 하던 손자를 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했다. 하지만 육아 돌봄에 따른 몸과 마음의 고충이 적지 않았다. “제법 말문이 트인 손주의 재롱을 보는 재미도 있지만 하루종일 손주보기에 매달리다 보니 외출도 못하고… 늘 우울한 생각이 듭니다.” 이씨는 “코로나 팬데믹시기 손주가 어린이집에 등원하지 않는 날엔 정말 하루가 너무 힘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씨처럼 손자녀에게 돌봄을 제공하는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우울지수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학술지여성연구에서 밝힌 `손자녀 돌봄이 조모의 우울에 미치는 영향' 연구 결과에 따르면 손자녀를 돌보는 조모의 우울감이 손자녀를 돌보지 않은 비교집단보다 더 컸다.

이번 연구조사는 만 6세 이하 손자녀를 돌보는 집단 60명과 돌보는 손자녀가 없는 비교집단 265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조사결과 손자녀를 돌보는 집단의 경우 우울 점수는 2018년 3.510점에서 2020년 3.341점으로 악화됐다. 반면 손자녀를 돌보지 않은 집단은 2018년 3.483점에서 2020년 3.481점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이 조사의 우울지수는 1~4의 값을 가지며 점수가 낮을수록 우울감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로나19 시기에 이뤄진 조사결과에서는 손자녀를 돌보는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0.250점 우울 지수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손자녀의 돌봄은 고령층 우울에 있어서 주관적 경제 상황, 종사상 지위, 주관적 건강상태 다음으로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었고 배우자 유무, 만성질환 개수, 일상생활에서의 스트레스, 종교, 자녀로부터의 경제적 지원, 여가활동 만족도 등의 변수보다 미치는 영향이 컸다.

연구진은 “손자녀 돌봄제공자 역할을 하는 것만으로도 돌봄을 하지 않는 상대와 비교했을 때 우울감이 더 커진다”며 “돌봄 시간, 손자녀 동거 여부, 돌봄 대가 수혜 여부 등과 같은 돌봄 특성은 차치하고 손자녀를 돌본다는 것 자체가 조모에게 부담으로 다가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에서 조모의 손자녀 돌봄은 주요한 양육지원 체계로 작동해왔고 코로나19 위기로 인해 조모의 손자녀 돌봄은 더욱 강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보육정책은 성인자녀의 일·가정 양립에 초점을 맞춰 왔고 손자녀를 돌보는 조모는 상대적으로 관심대상 밖이었다”며 “돌봄 부담을 지고 있는데 지원 대상으로는 고려되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미취학 손자녀를 돌보는 조모를 대상으로 한 치유 또는 심리지원 대책이 절실하다.

/연지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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