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구조 속 인간의 아름다움 표현"
"악의 구조 속 인간의 아름다움 표현"
  • 연숙자 기자
  • 승인 2007.09.11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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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김훈 작가, 충북중앙도서관 초청 강연
"인간의 아름다움을 언어로써 증명해야하는 사명감으로 글을 쓰고 있지만, 이는 어렵고 복잡한 작업이다. 그래서 내 소설 속에는 인간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기 위해 인간의 야만성과 악, 폭력 등에 집요하게 매달리고, 이를 작품의 바탕에 깔고 있다."

'칼의 노래', '남한산성' 등 굵직한 역사소설로 사랑받고 있는 김훈 작가가 10일 충북중앙도서관에서 열린 초청 강연에서 "악의 구조 속에서 인간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 자신의 작품이다"고 밝혔다.

그는 "남한산성의 성돌이 허물어진 모습에서 억눌림과 야만적 구조의 짓눌림이 느껴졌다"며 "이를 단초로 왕을 비롯한 조선의 최고 사대부들이 고립무원의 성에 47일 갇혀 지내며 무엇을 했고, 무슨 말을 했나를 글로 쓴 것이 소설 남한산성이다"고 들려줬다.

그는 또 "어떤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무수한 말만이 오갔던 당시를 생각하며 말하지 않은 자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자료에 의한 역사보다는 치욕과 더러움, 추악함이 가득한 역사속에서 고귀하게 핀 아름다움을 담아내고자 했다"고 말했다.

모든 아름다움과 희망의 바탕이 시간이라는 김 작가는 "살아있는 미세입자 같은 시간이 몸 속으로 흘러들어왔다 흘러나가면서 새로운 시간 위에 미래와 아름다움이 창조되는 것"이라며 "모든 만물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어디론가 흘러간 것"이라는 시간과 역사에 대한 사유를 펼쳤다.

김훈 작가는 20대에 읽은 '난중일기'가 자신의 청춘을 뒤흔든 일대 전환을 가져왔으며, 35년 후 소설가로 입문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절망이 가득한 시대에 희망도 없는 7년의 전쟁을 기록한 난중일기는 희망을 말하지도, 희망을 설정하지도 않은, 그야말로 절망과 막부딪치며 통과하는 모습으로 그 어떤 것보다 진정성으로 가득했다"며 "이때 난중일기와 이순신에 대해 할말이 있을 것 같은 막연함과 간절함으로 보낸 뒤 35년 후에 이러한 막연함을 소설 '칼의 노래'로 완성했다"고 고백했다.

김 작가는 앞으로 작품 활동에 대해 "유명한 작가나, 훗날 어떤 작가로 기억될지 보다는, 앞으로 쓸 몇 권의 소설을 잘쓰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다"며 "생로병사와 약육강식의 속세를 지배하는 원리에 따라 철저히 속세의 언어로, 속세의 일을 쓰다 가는 작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초청강연회는 200명의 시민들이 참가해 김훈 작가 명성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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