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장 '충성 경쟁' 불 붙었나(?)
경찰서장 '충성 경쟁' 불 붙었나(?)
  • 손근선 기자
  • 승인 2007.09.10 2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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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지방청장 공무집행범 엄중 처벌 강조, 일선 경찰서, 너도 나도 '강력 대처' 경쟁
최근 충북지역 일선 경찰서장들이 공무집행방해 사범에 대해 앞다퉈 강력한 사법처리 입장을 밝혀 '충성 경쟁'이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과잉단속 우려가 적지 않다.

청주상당경찰서는 지난 6일 공무집행방해사범에 대해 엄정히 대처할 계획이라는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

이 자료에는 충북지역의 공무집행방해 사범들의 연령대, 장소, 요일, 시간 등 상세한 내용들이 정리돼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상당서는 올 들어 총 63명을 검거해 9명을 구속하고, 5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공무집행방해사범 분석 결과 40대가 21명, 30대가 19명, 20대가 14명으로 30∼40대가 주축을 이뤘고, 주로 모임 등 술자리가 빈번한 월·수·금요일에 집중돼 모두 37명이 검거됐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임호선 충주경찰서장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주취 행패자들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충주경찰서는 9월부터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주취 행패자들은 예외없이 형사입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충주경찰서는 8월 들어 200여건의 주취자 행패 신고가 접수됐으며, 이중 8명을 형사입건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16일에는 시위현장에서 트랙터로 경찰관을 치어 다치게 한 50대 농민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괴산경찰서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재신청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일선 경찰서장들의 강력한 뜻이 담긴 기자회견과 보도자료 배포는 최근 박종환 충북지방경찰청이 기자간담회 등 공식적인 자리에서 "공무집행방해 사범들에 대해 강력히 대처해야 한다"고 밝힌 후 경쟁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현상들이다. 박 청장은 지난달 28일 지방청 브리핑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연일 터지고 있는 공무집행범에 대해 엄중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경찰의 이 같은 결기에 대해 지역민들 사이에서는 우려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자신도 한 번 이런 문제로 경찰신세를 진 적이 있다고 밝힌 한 시민은 "물론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거나 고의적으로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사람들은 엄히 다스릴 필요가 있다"며 "그렇더라도 법 집행은 분명한 법리와 원칙을 근거로 이뤄져야 하며, 누가 특별히 신경쓴다고 해서 봇물처럼 처방을 내리게 되면 결국 문제가 따른다"고 우려했다.

또한 C씨(33·청주 상당구)는 "경찰이 공무집행사범 단속에 열을 올릴 경우 무고한 시민들까지 억울하게 입건 될 수 있다"며 "특정 사안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일이 드물었던 경찰이 예민하게 대처하는 것은 지방청장에게 잘 보이기 위한 저의가 아니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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