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편과 함따오
즐기편과 함따오
  •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 승인 2022.11.23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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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즐기편과 함따오!

얼핏 들으면 중국말 같지만 우리말 중에서도 보석처럼 지니고 싶은 순수한 우리말 약어입니다.

`즐기편'은 `즐겁게 기쁘게 편하게 살자'의 약칭이고, `함따오'는 `함께 따뜻하게 오래오래 살자'의 약칭이니까요.

은퇴 이후 자리 잡은 제 삶의 지향이자 행동강령이기도하고, 친지들도 그렇게 살았으면 해서 술자리 건배사로, 카톡 인사말로 즐기편과 함따오란 말을 즐겨 씁니다.

마음이 심란하거나 몸이 불편할 때 즐기편 함따오를 염불하듯 읊조리면 심기일전되는 묘한 마력이 있거든요. 즐기편하고 함따오하며 사는 것이 행복의 원천이고 축복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고, 늦었지만 이제라도 그리 살겠노라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즐기편' `함따오'라는 말을 맨 처음 쓴 이가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이런저런 모임에서 특허 받은 것 마냥 쓰고 너털웃음을 날리곤 합니다.

건배자가 즐기편과 함따오의 뜻을 설명한 후 큰소리로 `즐기편'하고 선창하면 참석자들이 다함께 `함따오'라고 복창하는 방식인데 간결하면서 인펙트 있고 나름 의미도 있어 술자리 건배사로 강추합니다. 밋밋하게 술 마시는 것 보다 의미를 부여하며 마시는 게 좋을 테니까요.

그래요. 술 한 잔을 마셔도 즐겁게 기쁘게 편안하게 마시는 겁니다. 동석한 분들과 함께 따뜻한 정을 나누며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면 더할 나위없겠지요. 고해라 일컫는 인생살이인데 어찌 날마다 즐겁게 기쁘게 편하게 살 수 있으리오.

살다보면 괴로운 날 슬픈 날 불편한 날도 있고,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세파에 일희일비하기 마련이니까요.

돌아보니 저 역시도 그랬습니다.

내 허물로 망연자실할 때도 있었고, 어긋난 인연으로 가슴앓이 할 때도 있었습니다. 공부도 돈벌이도 가족건사도 그랬습니다. 나름 열심히는 했지만 즐겁게 기쁘게 편하게 했다기보다는 생존을 위한 몸부림에 지나지 않았고, 탐욕에 이끌려 무리수를 두기도 했습니다.

훈장은 받았지만 몸과 마음엔 멍울이 졌습니다. 즐기편 하지 못하고 함따오 하지 못한 후과였습니다.

직장 은퇴하고 백수로 살다보니 어느 날 즐기편이 눈에 들어오고 함따오가 가슴에 들어왔습니다.

비우고 내려놓고 낮추면 즐겁고 기쁘고 편하다는 것을.

즐기편이 별천지에 있는 게 아니라 마음먹기에 달려있음을, 곁에 있는 이가 보물이고 그 보물들과 함께 따뜻하게 오래오래 사는 것이 축복이고 행복이라는 걸.

즐기편과 함따오를 회사 경영의 본령을 삼고 실천하고 사는 전대길 ㈜동양EMS 대표이사(수필가, 국제PEN한국본부 이사)의 훈수 덕분이었습니다. 그가 출근해서 하는 첫 업무는 사원들과 함께 `오늘도 즐겁게 기쁘게 편하게 일하자, 함께 따뜻하게 오래오래 회사의 주인이 되자'라는 구호를 외치는 일입니다.

사원들이 즐겁게 기쁘게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사원들이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함께 따뜻하게 교우하며 오래오래 회사의 주역으로 일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게 자신의 소임이라고. 사원들 덕분에 잘 먹고 잘 산다고 입버릇처럼 말합니다. 그런 그가 제 의형이어서 고맙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합니다. 아니 이 땅에 그런 경영인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우리사회와 경제가 몹시 어수선하고 어둡습니다. 난국을 타개하려면 개인은 물론이고 기업과 사회와 정부가 모두 즐기편 함따오로 무장해야 합니다. 그래야 미래가 있습니다. 공부하는 학생은 학생대로, 일하는 노동자는 노동자대로, 나라를 지키는 군인은 군인대로 모든 이들이 즐겁게 기쁘게 편하게 본분에 충실하고 기관과 지자체와 정부가 지속 가능하도록 뒷받침해야 합니다.

나만 있고 우리는 없는 삭막한 사회입니다. 함따오가 필요한 때입니다. 우리 모두 즐기편 함따오의 달인이 됩시다. 건행을 위해, 밝은 사회를 위해.

/시인·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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