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와 충북 민심
선거와 충북 민심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9.03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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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남 경 훈<정치행정부장>

선거의계절이돌아왔다. 대권주자마다 충청권 민심과 표심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평소 뒷전으로 밀렸다가 선거때만 추켜세우는 충청 민심에 대해 정치권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많다. 그러나 충청권 표심이 큰 선거에서 유독 위력을 발휘했던 것만큼은 분명하다.

'한나라와 반(反)한나라' 구도로 전망되는 이번 대선에서 선거 초반 월등한 지지도 차이가 본선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전문가는 드문 것 같다. 역시 끝에서는 엎치락뒤치락 박빙(薄氷)을 이룰 것이라고 대부분이 점치고 있다.

대선 초반 관심 포인트는 한나라당이 호남지역에서 높은 지지도를 보이는 점과 이수성 전 총리와 김혁규 의원을 중심으로 여권내 영남당 창당문제에 쏠리고 있다. 모두 적진지(敵陣地)에서 벌이는 싸움이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 경선 선거인단 투표에서의 낮은 투표율과 일부 여론조사의 신뢰도 부족 등에서 드러났듯이 호남의 지지를 그대로 믿는 사람은 별로 없는 듯 싶다. 결국 범여를 대표하는 후보가 나오면 영남 못지 않게 또 다시 쏠림현상이 나타날 것이 분명하다.

또 여권내 영남당 창당문제도 TK, PK에서 얼마나 지지를 받을지는 미지수다. 이 또한 찻잔속 태풍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결국 이번 대선도 영·호남으로 양분돼 승부를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끝날 확률이 높다.

이는 곧 충청권에 또 다시 큰 짐을 지우는 꼴이 될 것이다. 이 같은 전망은 그동안 선거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어찌보면 이번 한나라당 대선경선도 싱겁게 끝날 것 같았다. 지난해 10월 이후 여론조사에서 줄곧 박 전 대표와 10%포인트 이상의 격차를 벌이며 1위를 달려온 이명박 후보가 뒤짚혀 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거인단에서는 패배하고 여론조사를 통해 1.5%포인트(2452표) 차이로 이 후보가 신승(辛勝)했다.

중앙언론을 비롯해 내로라하는 여론조사 전문기관들의 한나라당 대선경선 예측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이번 경선에서 충북의 표심은 충청권 중에서도 가장 민감하게 반영됐다. 충북의 전체 선거인단은 5696명으로 전국 선거인단의 3%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했다. 그러나 그 힘은 막강했다.

총 투표 4215표 중 박 전 대표가 2343표을 얻어낸 반면, 이 후보는 1823표로 박 전대표가 520표로 이 전시장을 눌렀다. 이는 박 전 대표가 전국 선거인단에서 432표로 승리하는데 원동력이 됐다.

결국 충북의 표차는 항상 승리하는 쪽에서 가장 근접돼 있었다.

2002년 대선 노무현 대통령이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2.3%포인트(57만표) 차로 눌렀을 때. 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회창 신한국당 후보를 1.5%포인트(39만표) 차로 제쳤을 때. 충북의 민심은 아주 세밀하게 항상 승자의 손을 들어줬다. 그리고 그 역할은 중심추였다.

지역 이념 연령 등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고 있는 대한민국은 선거 때면 어김없이 두 줄로 세우게 된다. 이제는 만성이 될 정도로 분명한 선이 갈린다.

이런 한국 선거의 특성속에 3당 합당, DJP연합, 행정수도 이전 공약과 같은 기발한 묘수가 대선에서 승부의 추를 움직이게 했고, 항상 그 중심에는 충청권이 자리를 했다.

그중에서도 섬세할 정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충북의 표심은 2%안팎에서 결정되는 대권의 결정판이었다. 이를 두고 오랜 세월 영·호남의 틈새에서 살아남기 위해 뼛속 깊이 새겨진 특유의 균형감각 때문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들도 있다.

올 대선에서도 충북의 민심을 얼마나 자극하고 움직이느냐가 대권의 중요 변수가 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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