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같은 외침을 반복해야 할까
언제까지 같은 외침을 반복해야 할까
  • 박미영 청주시가족센터장
  • 승인 2022.09.29 16: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복지談
박미영 청주시가족센터장
박미영 청주시가족센터장

 

태풍이 요란하게도 지나더니 가을 향기가 물씬 풍기는 싱그런 날들이다.

그림처럼 펼쳐지는 푸른 가을 하늘과 푸른 하늘 위를 수놓은 흰 구름은 날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가슴을 설레게 한다.

아침저녁으로 제법 차가운 바람은 얼굴을 스치며 기분 좋은 미소를 띠게 하고, 작은 가방 어깨에 둘러메고 목적지 없는 여행을 훌쩍 떠나고픈 마음을 살포시 품게 한다.

그러나 기분 좋은 날씨와는 달리 일상은 여전히 전쟁 중이다.

며칠 전 페북은 10년 전 추억을 알려주었다.

10년 전 오늘 `민관사회복지사 워크숍'에서 `사회복지 종사자의 처우개선과 단일임금체계', 그리고 `사회복지종사자의 안전 확보 및 예방 방안'이라는 두 가지 주제를 가지고 열띤 토론을 하고 있었다.

10년 전 그날엔 토론자로 참여하여 사회복지사 우리들의 이야기를 외치며, 개선 방안을 찾고, 변화를 요구하며 희망을 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10년이 지난 아침, 페북이 알려주는 추억을 보며 필자는 매우 씁쓸하고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10년 전뿐만 아니라 그 10년 전에도 분명 사회복지사의 처우개선을 위한 방안을 찾고자 큰소리로 외치고 있었지만 10년 전에도, 그리고 오늘도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는 뜻이다.

학교에서 사회복지를 공부하며 배운 것은 `클라이언트(복지서비스 이용 당사자)와의 `신뢰 관계 형성' 중요성과 이를 위한 실천 기술뿐이었고, 위험한 클라이언트가 있을 수 있으며 그를 대처하는 방안이 무엇인지는 들어본 기억이 없다.

하지만 현대 사회의 복잡한 구조와 치열한 전쟁터 같은 삶은 미래에 대한 꿈을 빼앗고 정서적 문제와 정신건강상 치명적 위험에 빠지게 하며. 공격적이고 물리적 폭력으로 자신의 의견을 행사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폭언은 물론 흉기까지 들고 사회복지 종사자들에게 위해와 협박을 가하는 일이 빈번하다.

그런데도 누구 하나 이 문제에 관심을 주지 않는다.

10년에 10년을 더하도록 처우개선을 외쳐왔지만, 여전히 열악하기 그지없다. 책임자로서 종사자들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지 못하는 마음, 종사자들의 인권과 안전을 지켜주지 못하는 마음은 나날이 더 무겁기만 하다.

모든 인간의 존엄성은 지켜져야 마땅하다.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라고 해서 인간의 기본권이 훼손되고 함부로 대해도 되는 사람은 절대 아니다. 사회복지종사자를 여전히 `좋은 일하는 사람'으로 치부하며 막말을 들어도, 폭력 앞에 내몰려도 참고 인내하라고 강요해서도 안 된다.

필자도 복지기관에서 일하며 차에 오르면 잠금장치 먼저 누르는 습관이 생겼다.

누군가 차 문을 열고 물리적 폭력을 행사할까 두렵기 때문이다. 이런 실정임에도 개인이 스스로 알아서 자신을 지키라고 몰아세운다. 물리적 힘의 균형이 맞지 않는데 `어떻게 나 자신을 지켜낼 수 있을까?'

정당한 업무에 따른 정당한 처우도 마련되기 바란다. 자신의 역량을 키워가며 오래도록 현장을 지키는 의로운 종사자들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후배들 앞에 조금 덜 부끄러운 선배가 될 수 있도록 앞으로 10년에 10년을 더하더라도, 우리 후배들은 지금보다 덜 위험한 환경에서 합당한 처우를 받을 수 있을 때까지 선배 된 이들이 먼저 외쳐야 한다.

언제나 희망과 대안을 던져온 필자이지만 오늘만큼은 그저 넋두리로 마치려 한다.

오늘 넋두리는 길고 긴 싸움에 단지 쉼표가 될 테니 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