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과 코레아 후라(하)
안중근과 코레아 후라(하)
  •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 승인 2022.09.28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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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사살로 하얼빈역은 한국인에게 독립운동의 성지가 되었고 하얼빈은 한번쯤 가보고 싶은 동경의 도시가 되었습니다.

하얼빈은 충북도와 자매결연한 헤이룽장성의 수도일 뿐만 아니라 재직 시에 세 번이나 방문한 적이 있어 제겐 살가운 도시입니다.

안 의사가 거사할 당시는 러시아가 관할하는 황량한 도시였지만 지금은 천만 명이 거주하는 동북부 최대도시로 비약적인 발전을 했고, 세계3대 겨울축제인 빙등제 개최도시로 유명세를 타고 있습니다. 겨울에 야외에서 소변을 보면 오줌줄기가 바로 얼 정도로 추운지역이라 춥고 음산했을 하얼빈역에 일본인으로 변장해 잠입한 안 의사는 이토를 사살하고 `코레아 후라`를 연호하다 순순히 체포되었고 일경에 인계되어 뤼순감옥으로 끌려갑니다.

그렇게 하얼빈에서 필생의 과업이었던 이토 제거에 성공했기에 옥바라지한 동생 안정근에게 자신의 시신을 하얼빈에 묻었다가 광복되면 유해를 조국에 옮겨 안장시켜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러나 일제는 하얼빈이 독립운동의 성지로 독립군의 전진기지로 기능할 것을 염려해 안중근을 이토를 암살한 흉악범으로 법정에 세웠고 사형을 집행해 시신을 뤼순감옥 공동묘지에 비밀리에 묻습니다. 아직도 안 의사의 유해를 찾지 못하는 망극한 연유입니다.

`내가 한국독립을 회복하고 동양평화를 유지하기 위하여 3년 동안을 해외에서 풍찬노숙 하다가 마침내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이곳에서 죽노니, 우리들 2천만 형제자매는 각각 스스로 분발하여 학문을 힘쓰고 실업을 진흥하며, 나의 끼친 뜻을 이어 자유 독립을 회복하면 죽는 여한이 없겠노라'라는 안 의사의 순국 직전 동포들에게 남긴 마지막 유언은 현재진행형입니다.

그의 유지대로 학문에 힘쓰고 실업을 진흥해 선진국대열에 들었으나 남북이 갈라진 반쪽짜리 자유 독립에 그쳐서입니다. 그것도 동족 간에 전쟁을 하고 휴전한 상태에서 북한의 핵 공격 위협으로 통일은커녕 평화유지도 장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나라가 위기에 처하면 예나 지금이나 죽어나가는 건 민초들입니다.

`영동, 옥천, 금산, 청주, 포천, 봉화 등에서 의병들이 들고 일어났다. 그들은 열 명, 스무 명, 백 명이 모여 동네에서, 산골에서 싸웠다. 돌진하다가 죽고, 달아나다가 죽고, 끌려가서 매 맞아 죽고, 산속으로 숨어들어가 굶어죽고, 자살했다'는 책 속의 글이 이를 웅변합니다.

지금 자유를 구가하며 편히 사는 우리가 바로 그 의병들의 후예들입니다. 고맙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한데 자칫 잘못하면 다시 그런 질곡에 빠질 수 있어 모골이 송연해집니다. 당시 천주교는 서양신부들이 들어와 국가개화와 국민계몽에 지대한 공헌을 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천주교를 이끌던 뮈텔 주교는 일제의 탄압을 염려해 안중근 토마스를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을 어긴 죄인이라며 내칩니다.

세례를 준 빌렘 신부는 그런 뮈텔 주교의 반대를 무릅쓰고 뤼순감옥으로 가서 안 의사를 면회하고 사형집행 전 고해성사와 성체성사를 줍니다. 고해성사 때 살인죄를 회계하라는 빌렘 신부에게 안 의사가 말합니다. `거사 전에 아내와 어린 자식을 만났더라면 마음이 흔들렸을 터인데 거사에 성공할 수 있도록 은총을 베풀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린다'고.

그로부터 80년이 지난 1993년 김수환 추기경이 안중근 추모 미사를 집전하며 `안중근의 행위는 정당방위이며 국권회복을 위한 전쟁행위로 타당하다'고 대내외에 선포하여 복권이 됩니다.

만시지탄이지만 쾌거였습니다.

안 의사는 그렇게 32년의 짧은 생을 살다 갔지만 안중근의 이름과 정신은 조국 대한민국과 영원할 것이니 장대한 삶이라 아니 할 수 없습니다. 안중근의 인품에 감복한 간수들의 요청으로 쓴 그의 자필휘호들과 함께.

안중근과 독립투사들은 구국을 위해 부모와 처자식을 내팽개치고 아니 고난과 고초의 수렁에 몰아넣고 자신의 목숨을 초개처럼 버렸습니다. 나라가 그들에게 해준 게 없는데 대저 나라가 뭐 길래. 답해야 합니다. 안중근의 총소리와 `코레아 후라' 외침에.

/시인·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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