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전쟁보다도 더 참담하다
핵 전쟁보다도 더 참담하다
  • 박명식 부국장
  • 승인 2022.09.27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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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식 부국장
박명식 부국장

7개월 째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러시아가 지난 21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예비군 동원령을 발동했다. 전쟁 중인 나라에서 예비군 동원령을 발동했다는 것은 앞으로 진행될 전쟁의 성격과 방향이 완전히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맥락에서 러시아의 이번 예비군 동원령은 `지금부터가 진짜 전쟁'이라는 선전포고로도 해석할 수 있다.

동원령이 내려지자 러시아 전역에서는 동원령을 반대하는 시위가 이어졌고 러시아를 탈출하기 위한 항공권이 순식간에 매진됐다. 국경에도 러시아를 탈출하려는 차들로 가득찼다.

사실 전쟁 초반 러시아는 빠르게 우크라이나의 도시들을 점령하면서 수도 키이우 인접까지 위협했다. 하지만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전황은 점점 바뀌었고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점령당한 영토들을 다시 찾기 시작했다.

금방이라도 우크라이나를 차지할 것처럼 자신만만했던 러시아는 후퇴를 거듭하면서 급기야 예비군 동원령까지 내리는 상황까지 내몰렸다.

최근에는 러시아가 전쟁을 지속할 무기가 충분치 않자 북한으로부터 무기를 수입하려고 한다는 외신 보도까지 전해졌다.

그러나 이 같은 소식이 마냥 기뻐하고 환영해야 할 일이 아니라는 데서 걱정과 우려가 앞선다.

다급해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번 예비군 동원령을 내리면서 “영토 보전이 위협받는다면 러시아와 국민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 이건 허세가 아니다”라고 엄포를 놓았기 때문이다. 여차하면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푸틴 대통령은 이번 뿐만 아니라 처음부터 핵을 사용할 수도 있다는 경고를 여러 차례 시사한 바 있다. 러시아는 자국 영토가 침입 받으면 핵무기를 사용한다는 교리까지 있다.

러시아가 실제로 핵무기를 사용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후폭풍은 가늠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하게 되면 우선 먼저 핵무기비확산조약(NPT)이 깨지면서 전 세계적인 핵 확산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를 적극 반기고 만세를 외칠 나라는 당연히 툭하면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북한일 것이다.

더욱 무서운 일은 미국과 유럽의 나토 국가들이 전쟁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게 될 수 있고 핵무기가 동반된 제3차 세계대전으로 전쟁 규모가 확대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이런 상황이 전개될 것을 미리 예측이라도 한 듯 북한은 지난 9월 초 `선제 핵 공격'을 법제화했다. 북한 지도부에 대한 공격이 감행되거나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것이 이 법령의 핵심 골자다. 법령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푸틴이 동원령을 발동하면서 시사한 핵무기 사용 이유와 목적의 일맥이 상통한다.

이처럼 국·내외적으로 핵전쟁 위협이 널을 뛰고 있는 상황 속에서 우리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여전히 지난 정부와 현 야당에 대한 정치보복, 현 정권 발목잡기, 윤석열 대통령 때리기, 당권전쟁 등 정치권력 싸움에만 혈안이 돼 있다.

진짜로 러시아발 세계 3차 대전이 발발해서 이때다 싶은 북한이 서울 한 복판에 핵미사일을 쏘아 날려도 한심하게 이러고들 있을지가 참으로 궁금하다.

고환율·고물가로 경제가 파탄에 이르면서 국민 생계가 위협받고 있고, 3차 대전 전운이 드리우고 있는 세계정세 속에서 민생과 국방은 뒷전이고 진흙탕에서 싸우는 개처럼 이전투구(泥田鬪狗)하고 있는 이 나라 정치판이 어찌 보면 핵전쟁보다도 더 참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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