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교육 명예 회복 최우선 … 학생만 바라보고 가겠다”
“충북교육 명예 회복 최우선 … 학생만 바라보고 가겠다”
  • 김금란 기자
  • 승인 2022.09.19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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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 8기 출범 석달 … 윤건영 충북교육감에게 듣는다
양복+운동화 이색 조합 `발로 뛰는 교육감' 실천
현장 목소리 청취 주력

지금이 코로나 골든타임 기초학력진단평가 시행
학력 회복 시금석 될 것

능력 위주 인사 원칙 확립 누구나 동의할 수 있도록
치우침 경계 일관성 중시

학교 교육력 높이는 일에 지역사회 힘 모아야 할 때
충북교육정책協 설립 제안

윤건영 충북교육감의 하루는 짧다. 하루 24시간을 쪼개는 삶을 산지 80여일. 지난 7월 1일 제18대 충북교육감으로 취임한 이후 윤 교육감은 교육청 업무 파악과 조직 분석, 산재한 교육현안, 공약, 학교 현장 방문 등 62년 살아온 인생보다 교육감으로 지내는 요즘이 가장 바쁜 나날이다.

집무실에서 만난 윤 교육감의 얼굴은 핼쑥했다. 양복에 운동화를 신은 낯선 조합에 발로 뛰는 교육감을 실천하겠다는 말을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그동안 교육청 업무 파악을 하셨느냐는 질문에 윤 교육감은 “취임 이후 하루가 너무 짧다. 업무는 물론 조직, 교육현안, 공약 모두 챙겨 보고 있다”며 “선거 기간 중 도민에게 드렸던 사소하지만 중요한 약속들을 챙기고 있고 취임 후 이념과 조직 등으로 갈라진 충북 교육계의 다양한 구성원들을 만나는 일도 지속하고 있다. 또한 모든 업무 중에서 최우선적으로 우리 학생들 한명 한명의 역량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학교 교육력을 높이는 일에 힘을 쏟고 아이들에게 좋은 정책은 유지하고 개선이 필요한 정책은 과감히 바꿔나가도록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윤 교육감 취임 이후 교육계 안팎에서는 9월 1일자 교원 정기 인사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다. 보수 성향의 윤 교육감이 진보 성향의 전임 교육감의 최측근에 대한 보복 인사를 단행할 지, 일명 윤 라인으로 불리는 인사를 발탁할 지 하마평이 무성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전임 교육감 시절 잘 나갔던 교원도 중용하거나 발탁하면서 능력 위주 인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윤 교육감은 첫 단행한 교원인사에 대해 “누구라도 받아들일 수 있는 인사라면 가장 잘 된 인사라 할 수 있을 것이며 누구나 인정하는 인사가 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원칙”이라며 “인사 행정에 있어 누구나 동의하는 정확한 원칙을 적용한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고 과거에 적용됐던 부당한 인사제도나 불합리한 기준 등은 바로 잡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지난 8년간 충북교육의 대표적인 병폐로 인사편중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특정 단체와 특정 인사들에게 편중된 인사 행태는 학교 현장을 비롯해 충북교육 가족들에게 큰 상처를 주었다”며 “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개선하고 원칙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소통을 통해 충북교육의 명예 회복에 주력하고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윤 교육감이 6·1지방선거에서 당선됐을 때 도교육청에서는 전임 교육감 시절인 2014년 공모로 임용된 유수남 감사관에 대한 거취가 관심사였다. 재임용으로 임기가 연장돼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상태에서 법적으로 임기는 보장해야 하지만 노선이 다른 교육감과 호흡을 맞출 수 있을지에 궁금증을 자내기에 충분했다.

이와 관련 윤 교육감은 “감사는 학교나 기관, 각 부서에서 이뤄지는 일들이 법과 지침에 따라 되고 있는지 살펴보는 특수한 부서로 감사 업무 자체가 공정하게 수행되고 절차와 규정에 맞게 이뤄져야 한다”며 “특히 감사관 개인의 의견이나 입장이 유권해석에 반영되지 않아야 하고 감사 기능에 크게 문제 될 게 없다면 행정의 일관성 측면에서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윤건영 충북교육감이 청주 샛별초등학교를 찾아 등교하는 학생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충북교육청 제공
윤건영 충북교육감이 청주 샛별초등학교를 찾아 등교하는 학생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충북교육청 제공

 

지난 16일 도교육청 간부회의 석상에서 교육계 안팎에서 우려했던 일 벌어졌다. 학교환경정화활동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윤 교육감에게 유 감사관이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당시 윤 교육감은 다소 언성을 높여 업무지시임을 분명히 밝혔다. 이후 교육계 안팎에서는 이 문제의 후폭풍 여부에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분명 `항명성' 또는 `반기'로 비쳐진 사안이었지만 윤 교육감은 이 문제와 관련해 말을 삼가고 있다. 감사업무의 원칙과 일관성을 중시하는 윤 교육감의 의중이 읽혀지는 대목이다.

윤 교육감은 취임 후 결재 1호가 기초학력진단평가 시행이었다. 그러나 전교조 충북지부는 일제고사의 부활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대해 윤 교육감은 “3월부터 기초학력보장법이 시행되고 있고 기초학력 보장을 위한 교육환경 지원 조례가 지난 7월 8일 공포됐다. 코로나 사태 이후 지금이 학력 향상을 위한 골든 타임이라고 생각한다”며 “학력 수준의 확인을 위한 정확한 평가가 없다면 그에 따른 적정한 조치가 뒤따를 수 없다. 학력 관련 정책들이 과거로 회귀하는 것은 아닐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지만 과거처럼 서열화를 위해 획일적으로 학교에 묶어두는 것이 아님을 강조하고 싶다”고 밝혔다.

윤 교육감은 올해 2월말까지 청주교육대학교 교수로 28년 재직했다. 교수 신분일 때와 교육감 일때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는 생각하는 차원이 다른 점을 꼽았다. 그는 “교수일때는 28년 동안 특정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고 몰입하는 생활로 단순했다면 교육감은 특정한 전문성보다는 전체적인 충북 교육의 방향이나 정책 입안이나 추진에 대해서 판단하는 자리라 생각의 차원이 다른 것 같다”며 “하지만 중등교사를 거쳐 교수로 십수년 재직한 덕분에 교육감의 역할이나 임무가 새롭다거나 당혹스럽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8년 간 전임 교육감이 공을 들인 행복씨앗학교, 행복교육지구 사업이 폐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 윤 교육감은 “8년 동안 많은 예산을 투입해서 우리 충북의 교육 가족이 이뤄놓은 것에 대해 노선과 철학이 다르다는 이유로 모든것을 부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그동안의 노력과 장점에 대해 존중하고 단점을 보완하면서 그 노력들을 더 발전시킬 것이다. 또한 지역사회와 협력을 확대하고 복지기관과 연계한 대안교육,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한 도지사, 시장·군수, 교육감이 참여하는 충북교육정책협의회 설립도 제안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말미에 보은군 회인면 출신인지라 대학 시절 아르바이트도 하셨냐는 질문에 자랑거리 한자락 해도 되냐고 양해를 구했다. 윤 교육감은 “서울대학교를 다니던 8학기 동안 실제 내가 낸 돈은 19만원인데 현금 80만원을 받고 졸업한 사람”이라며 “군대 제대 후 3, 4학년까지 우등장학금으로 매 학기 20만원을 받아 어려운 집안 형편에 도움을 준 게 기억난다”고 회고했다.

/김금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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