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녹음 금지법은 악법이다
대화녹음 금지법은 악법이다
  • 박명식 기자
  • 승인 2022.08.23 1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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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대표 발의한 `통신비밀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 일명 `대화녹음 금지법' 논란이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 법안은 상대방 동의 없이 통화 등을 녹음하지 못하도록 하고 이를 어기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은 제3자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를 녹음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는데 윤 의원은 한 발 더 나아가 대화 참여자의 녹음까지도 원천봉쇄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국민들에게 통화녹음은 약자의 최후 방어수단이었다. 그러나 이 개정안이 실행된다면 재판 과정에서 통화녹음을 증거로 내놓는 것은 되레 감옥에 갈 짓이 된다.

같은 당인 국민의힘 문성호 대변인 조차도 “범죄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확보 수단을 봉쇄하는 이 법안은 피해자를 위한 법인지 범죄자를 위한 법인지 모르겠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실제로 통화 녹음은 보이스피싱, 사기, 협박 같은 중대 범죄 대응에 유용하게 쓰여 왔다. 약자 입장에서 갑질하는 거래처 또는 직장 상사와의 통화내용을 저장하거나 자녀·부모 학대 정황을 확보하기 위해 몰래 대화를 녹음한 사례 등은 적법하게 인정된 판례도 있다.

하지만 윤 의원 법안대로라면 범죄자일지라도 동의 없이 통화녹음을 하면 안된다. 거리에서 하루에 수 십회 이상 찍히는 CCTV 촬영과 차량 블랙박스도 불법이 된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언론도 취재 과정의 통화내용을 녹음하면 안되고 방송 카메라 역시도 음성녹음 장치를 끄고 화면만 촬영해야 된다.

대화녹음 금지법이 발의되자 일상생활이나 업무 중 통화녹음이 꼭 필요해서 통화녹음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폰을 사용 중인 국민과 업계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갤럭시)에 통화녹음 기능을 탑재해 미국 애플사의 아이폰과 경쟁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앞으로 닥칠 심각한 피해 우려에 한숨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 현재의 영부인 김건희 여사는 유튜브 언론`서울의 소리' 김명수 기자와 통화하면서 “보수는 돈을 챙겨주기 때문에 미투가 안 터진다. 김 기자가 대선 캠프 정보 역할을 잘하면 1억 원도 줄 수 있다.” 등 정치적으로 예민하고 민망한 대화를 7시간 동안 나눴다. 이 통화내용은 고스란히 녹음돼 MBC 뉴스를 통해 보도되면서 정치·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다. .

이 같은 이유로 이번 녹음 금지법 발의의 배경이 언론의 통화녹음 때문에 망신을 당하고 낭패를 겪은 국내서열 2위 김건희 여사의 지령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의혹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윤 의원을 포함한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이 조만간 본인들이 저지른 범죄 녹취록이 나올까 전전긍긍한 나머지 만든 법이라는 일각의 해석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윤 의원은 타인의 대화는 물론 대화 당사자 간의 대화를 녹음해 협박 등 악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대화녹음 금지법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하지만 법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범죄 재판 과정에서 비싼 변호사를 고용할 수 있는 돈 많고 힘 있는 사람에게 더 유리한 법이고 나라 살림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는 국내 기업을 죽이는 법에 불과하다.

더 깊이 들여다보면 자신들의 정치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모든 국민의 자기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수단을 없애려는 법일 뿐이다. 그래서 이 법안은 명분이 허술한 악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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