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런
치킨런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2.08.22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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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치킨 런(Chicken Run)!'

지난주 내내 인터넷 생활문화 관련 기사란을 장식했던 단어 중 하나다.

말 그대로 `치킨을 사러 달려간다'는 뜻인데 대형마트에서 1마리 당 단돈 6000원대 치킨을 팔기 시작하면서 업계와 소비자들이 뜨겁게 반응했다.

시작은 대형마트 3사 중 하나인 홈플러스가 했다. 홈플러스는 지난 6월 말부터 1마리에 6990원짜리 후라이드 치킨을 팔기 시작했다. 그러자 고객들이 부리나케 몰려들었다. 판매 시작후 두달이 채 되지않은 8월 15일까지 38만마리가 팔렸다. 당초 홈플러스의 한달 목표 판매량은 6만마리였다. 예상밖으로 고객이 몰리면서 5배 이상 판매량이 급증한 것이다.

홈플러스의 파격 할인 치킨이 인기를 끌자 롯데마트와 이마트도 본격적인 `치킨런' 게임에 뛰어들었다. 롯데마트는 지난 11일부터 17일까지 일주일간 정상가 1만5800원짜리 치킨을 8800원(행사카드 결제 기준)에 판매하는 `뉴한통가아득 치킨' 행사를 열어 4만여마리를 판매했다. 행사 기간 후라이드 치킨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에 비해 3배나 증가했다.

이마트도 가세했다. 두 경쟁사의 치킨 전쟁에 고객을 빼앗길 걱정을 했는지 지난 18일부터 후라이드 치킨을 598만원씩 판매하고 있다. 물론 고객들의 반응은 뜨겁다. 마트 개장 2시간 전부터 치킨을 사려는 고객들이 줄이 서기 시작해 튀기는 족족 순식간에 물량이 동이 났다.

이마트에 따르면 첫날 전국 매장 합산 7000마리를 준비했는데 모두 순식간에 동이 났으며 일주일간 모두 6만마리를 판매할 계획이다. 이 물량은 종전 한달 치 판매 물량보다 1만마리나 많다.

이처럼 홈플러스가 촉발한 대형마트 3사의 치킨 전쟁에 소비자들이 환호하는 것은 당연하다. 기존 프랜차이즈 배달 치킨의 `비싼' 가격 탓에 `치킨 파티'를 꺼렸던 가정에서 보다 싸게 후라이드 치킨을 먹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끼 상품(치킨)으로 고객 발길을 잡는데 성공한 대형마트 3사와 소비자들의 환호와 달리 반대편에서 한숨을 쉬는 이들이 있다.

바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다는 프랜차이즈 치킨집 주인들이다. 마트3사가 연일 수만마리의 5000, 6000원대 치킨을 쏟아 내놓으면서 정작 이들이 파는 치킨의 매출은 큰 폭으로 감소하게 된 것이다.

실제 포털을 비록해 각종 온라인커뮤니티에서는 매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치킨집 사장들의 하소연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한 치킨집 사장은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해마다 생닭값과 식용유 등 재료비를 올리는데다 배달비 부담까지 겹쳐 자영업자들은 팔면서도 본인의 인건비조차 가져가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이런 마당에 대형마트까지 미끼 상품으로 치킨을 팔고 있어 장사를 접고 싶은 마음”이라고 하소연했다.

천안에서 치킨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씨(42)는 “천안의 경우 대형마트가 8개 정도 있는데 이들 마트에서 하루에 팔리는 치킨이 무려 1000마리 이상일 것”이라며 “고스란히 지역 영세 자영업자들의 매출 피해로 이어지는 상황을 지켜보는게 너무 속상하다”고 말했다.

상생을 위해 매달 2회 의무 휴업을 하고 있다는 대형마트들이 물가 안정을 명분으로 촉발한 치킨 반값 전쟁. 이 틈에 끼인 영세 치킨 업체들이 한숨 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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