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과 먼저 온 통일 사이에서
휴전과 먼저 온 통일 사이에서
  •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 승인 2022.07.26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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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전국 법원이 하계와 동계 각각 2주를 재판이 없는 휴정기로 하는 것에 맞추어 변호사 사무실도 휴가도 가고 밀린 일을 조금 여유 있게 합니다.

장마도 끝나고 다들 휴가계획 짜느라 분주할텐데 그래도 1953년 7월 27일이 한국전쟁 휴전일인 것은 꼭 기억하고 지났으면 하는 마음으로 7월의 끝자락에 우리의 현실인 휴전과 `먼저 온 통일'인 북한이탈주민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이야기 하나.

휴가를 시원한 계곡이 있는 산으로 갈까, 확 트인 넓은 수평선의 바다를 갈까 하는 고민은 북한 주민이나 우리 이웃인 북한이탈주민에게는 사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디로 휴가를 가느냐고 묻는 아이들에게 우리의 휴가지는 산과 바다라고 답하지 못합니다. 대신 역발상으로 또 북한 보러 파주를 가자고 하니, 아이들도 좋다고 합니다.

지난 6월 아빠의 청춘이 담겨 있고 자신 있게 통일전망대, 노동당사, 경원선의 월정리역, 38선과 휴전선 등을 설명하던 철원을 갔다온 것이 나름 인상적이었나 봅니다. 특히 망원경으로 북녘의 땅을 바라보고 북한 군인을 본 것이 신기했다고 합니다.

파주를 가는 것도 철원여행이 오버랩될 수 있습니다. 도라산전망대, 판문점, 경의선의 도라산역, 휴전선 등을 평화통일 관광코스로 꾸며 놓았습니다. 다른 것이 있다면 아이들이 철원의 폐쇄된 제2땅굴을 보지 못했는데 파주에 가서는 상시 개방된 제3땅굴을 볼 수 있기 때문에 기대됩니다. 한국전쟁을 일으키고 휴전 이후로도 호시탐탐 침략의 야욕을 드러낸 충격적인 역사의 현장이 땅굴을 통해서 극대화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북녘의 땅을 가장 가까이 체감할 수 있고 휴전이 성립된 판문점을 보고 싶어도 아주 제한적인 예약인원에게만 개방되는 탓으로 8월까지는 불가능합니다. 그래도 휴가철에 안보현장을 가는 것은 사람을 피해 한여름을 몸과 마음으로 맞는 방법일 것입니다.

이야기 둘.

작년 추석에 가족과의 모임에서 목소리가 커서(?) 소란을 피웠다고, 경찰의 공무집행을 방해했다고, 기소된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재판이 한참 진행 중입니다. 다행히 충북대학교의 공익소송구조사업의 지원을 받았고, 지금은 기소된 범죄에 대한 합리적 의심을 판사님에게 잘 소명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볼 때마다 고맙다고 뭘 자꾸 갖다주시는데 마음은 늘 넉넉합니다. 서해에 가셨다가 보내주신 물좋은 쭈꾸미는 정말 별미였습니다. 꼭 억울함을 풀어드리고 싶습니다. 3번의 북송(北送)이라는 고통과 피붙이 누구도 볼 수 없는 현실에 대한민국이 설상가상으로 이들을 궁지로 내모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하노이, 싱가포르, 평양, 판문점 등에서 남북의 평화와 신뢰에 대한 기대가 매우 컸지만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되었습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아직 눈에 띄는 대북 및 통일정책은 보이지 않습니다. 7차 핵실험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고 북한과 비정치적 협력부터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우리가 북한과 북한이탈주민을 대하는 자세로는`먼저 온 통일'이라고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입니다. 또 우리는`먼저 온 통일'을 두고 별로 미래를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공부를 더해서 `먼저 온 통일'과 함께 훗날 함경도를 가려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 이번 여름 휴정기에는 이육사의 `청포도'를 곱씹고, 파주여행을 준비할 것입니다. 가을에는 양구의 펀치볼과 제4땅굴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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