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시대의 열린 한국인
다문화시대의 열린 한국인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8.27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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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겸 <건양대 석좌교수>

한국산 소형 승용차였다. 과속으로 시내를 질주했다. 경찰의 정지신호도 무시하고 달렸다. 추적 끝에 결국 잡혔다. 흑인 운전자였다. 백인 경찰관 4명이 곤봉으로 무지하게 때렸다.

이듬해 1992년 재판이 열렸다. 구타한 경찰관들에게 무죄가 판결되었다. 격분한 흑인들이 로스앤젤레스에서 폭동을 일으켰다. 다른 도시에도 파급됐다. 군 투입 3일만에 진정되었다. 로드니 킹 사건이다. 미국사회에 뿌리 깊은 흑인차별의 증거다. 꿈의 나라이자 평등과 민주주의 국가 아메리카에서의 일이다. 유색인종과 소수민족과 여성에 대한 차별이 여전하다.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의 권고가 있었다. 우리의 단일민족 강조가 다른 인종과 국가 출신에 대한 차별에 해당된다는 내용이다. 고로 차별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현재 한국에서 사는 외국인이 94만명. 대부분이 이주근로자다. 불법 체류자를 합하면 150만명으로 추정된다. 전체 인구의 3%선이다. 농촌신부 열 가운데 넷은 외국인이다.

세계 237개 국가와 지역이 어깨를 나란히 하며 산다. 우리 상품이 수출 안 되는 곳이 몇 군데 없지 싶다. 한국 거주 외국인의 국적은 195개국이다. 국제결혼은 117개국이다.

한민족 혼자 사는 세상은 옛말이다. 한마을 지구촌이다. 거역하지 못하는 추세다. 다양한 인종과 더불어 사는 삶이다. 단일문화(uniculture)에서 다문화(multiculture)로의 변모다.

우리사회는 아직도 색깔을 논한다.단지 황인종이 아니라해서 이상야릇하게 취급한다. 미국만이 아니라 여기에서도 피 한 방울의 법칙(one drop rule)을 적용한다. 혼혈을 멸시한다.

법과 제도의 차별은 철폐되었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여성이나 소수세력에게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을 치고 있다. 유리천장(glass ceiling)에 곧잘 머리를 부딪친다.

다름이 차별의 근거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 성의 구별을 없애야 한다. 인종과 민족과 종교와 관습의 차이를 수용해야 한다. 받아들임으로써 더 풍부해지고 풍요로워짐을 알아야 한다.

차별을 받는다는 느낌은 불평 불만과 부적응을 만들어 낸다. 격차로 이어진다. 불안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우리의 예전부터의 덕목인 이해와 관용이 시대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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