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자중지란 무게감 느껴야
민주당 자중지란 무게감 느껴야
  • 하성진 기자
  • 승인 2022.07.24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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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진 부장(취재팀)
하성진 부장(취재팀)

 

더불어민주당 청주 상당구 지역위원장 경선에서 전례 없는 일이 터졌다.
경선 승자가 부정선거 운동을 했다며 충북도당 선거관리위원회가 하루 만에 당선 무효 결정을 내렸는데 최종 의결기구인 중앙당이 결정 권한이 없다며 선관위 의결을 반려했다.
경선을 통해 선출된 위원장이 무효 결정을 받았다가 하루 만에 다시 직을 유지하게 된 것이다.
시골 마을에서 청년회장을 뽑는 것도 아니고?? 명색이 대한민국 제1야당인 민주당에서 어쩌다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을까 싶다.
과정을 짚어보면 `자중지란'에서 비롯됐다.
청주 상당구 지역위원장 선출을 위한 경선은 지난 15~16일 청주시 상당구 권리당원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강일 전 서울시의원은 400표(34.51%)를 얻어 김형근 전 충북도의회 의장(386표·33.3%)과 최충진 전 청주시의장(373표·32.18%)을 따돌리고 선출됐다.
이 전 의원의 승리로 마무리되는 듯했지만 잡음이 불거졌다.
김 전 의장이 이 전 의원의 사전선거운동 등 부정행위를 들고나오며 경선 결과에 반기를 든 것이다.
김 전 의장은 “이번 경선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며 “이의 신청은 경선 당선자인 이 후보의 부정선거 운동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충북도당과 도당 선관위의 엄격하고 신속하며 일관된 조치를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그러자 도당 선관위는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 듯 하루 만에 결과를 뒤집었다.
도당 선관위는 19일 이 전 의원의 부정행위 사실을 확인하고 당선무효 결정을 내렸다.
김현상 도당 선관위원장은 “조사 결과 대량 문자메시지 전송 등 여러 건의 사전선거운동이 있었다”며 “이 전 의원 측도 부정행위를 시인했다”고 설명했다.
선관위는 후속 조처로 경선에서 2위를 차지한 김 전 의장에게 위원장직을 승계하기로 하고 중앙당에 인준을 요청했다.
경선 과정에 부정행위가 있어 당선무효 결정이 내려졌다면 재선거를 하는 게 민주주의 절차이건만, 선관위는 승계를 결정했다.
선관위 승계 의결은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반려됐다.
비대위가 이미 이강일 위원장의 선출을 의결하고 당무위원회 인준 등을 거쳤는데 이를 도당 선관위가 뒤집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당선인이 하루 만에 무효 결정을 받고 다시 하루 만에 직을 유지하는 전례 없는 일이 생기면서 청주 상당지역위원장 선출에 따른 잡음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련의 과정을 놓고 당 안팎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민주당 권리당원은 페이스북에서 이번 경선을 부정과 반칙의 선거로 규정했다.
그는 “민주당이 민주당스럽지 못하다는 시점에서 이런 비민주적 결정을 관행이나 편의로 그냥 넘어가기엔 절차적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처사”고 강조했다.
이번 경선 번복 사태에서 충북도당의 역할에 아쉬움이 남는다. 선관위의 당선무효 결정 이후 도당에서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도당에서 할 수 있는 코멘트가 없다며 언론 창구를 선관위로 돌렸다.
아무리 선거 관련된 일이지만, 결국 비난의 화살은 민주당으로 향한다는 것을 알고도 방관적 자세를 취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선제적이지는 못해도 `중앙당 결정이 나올 때까지만 기다려달라'는 방어 자세조차 취하지 않은 이유가 궁금하다. 얽히고설킨 내부사정이 있다는 것을 우회해서 보여준 꼴이다.
이런 이유에서 충북도당은 공당(公黨)으로서 무게감을 잃었다.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혼란과 혼돈의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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