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태의연한 지방정치
구태의연한 지방정치
  • 하성진 기자
  • 승인 2022.07.10 18: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하성진 부장(취재팀)
하성진 부장(취재팀)

 

치솟는 물가 등 경제 위기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다른 나라일인 듯하다.

국회가 서둘러 민생 입법에 나서야 하는 데도 후반기 원 구성을 놓고 기 싸움만 하는 탓에 휴업이 장기화하고 있다.

여야는 지난 4일 본회의를 열어 김진표 국회의장을 선출하며 후반기 국회 문을 열었다.

당시 여야는 후반기 원 구성을 마무리하려 후반기 상임위원장을 선출하기로 했다. 하지만 11대 7로 나눠질 상임위를 어떻게 가져갈지와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 기능 축소, 검찰개혁법 후속 대책을 논의할 사개특위 구성 여부 등을 놓고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지방의회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충북만 봐도 그렇다.

지방의회가 부활한 지 30년이 넘어섰지만 여전히 구태정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원 구성 때마다 자리싸움으로 벌어지는 정당 간 자리싸움이 재연되고 있다.

충북도의회는 지난 4일 임시회를 열고 전반기 원 구성을 마무리했다. 전반기 원 구성 과정에서 여야 간 상임위 배정 갈등이 불거지면서 야당 의원들의 등원을 거부하는 사태를 빚어 여당 단독으로 처리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상임위 구성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날 1차 본회의를 중단하고 4시간 가까이 추가 협상을 했지만 이견은 좁혀지지 못했다. 결국 2차 본회의에는 국민의힘 소속 의원 28명만 참석해 5개 상임위원회와 운영위원회, 2개 특별위원회 구성을 의결했다. 국민의힘은 정책복지위원장을 민주당 몫으로 임의 배정했고, 나머지는 모두 차지했다.

민주당은 “특정 위원회를 다수 의석으로 장악하려는 것은 의회 고유의 권한이자 의무인 집행부의 견제와 감시의 기능을 포기하려는 행태”라고 꼬집었다.

도의회 민주당 의원들은 11일 기자회견을 연다고 한다. 이날 상임위원회 배분과 관련, 국민의힘 단독 원구성을 놓고 비판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충주시의회도 임시회 본회의를 열어 전반기 원 구성을 마무리하려 했으나 상임위 배분에 반발하고 있는 민주당의 등원 거부로 열리지 못했다.

민주당 충주시의원들은 “국민의힘이 불공정한 상임위 배분을 강행하면 등원을 거부하고 모든 방안을 동원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년마다 실시되는 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원장 선출 등 원 구성은 매번 시끌시끌하다. 그때마다 홍역을 치른다.

말로는 협치를 중요시한다지만 실제 협상테이블에 앉으면 태도가 바뀐다. `타협과 양보, 조율'이라는 정치의 기본은 찾아볼 수 없다. 지방정치에서 순수성을 기대하는 게 무리일까.

여야 간의 자리싸움은 구태의연하기 짝이 없다. 익숙해진 탓인지 이젠 그들의 볼썽사나운 다툼에 `그러려니' 하는 생각이 든다.

민의를 대변하겠다는 지방의원들이 개원 초반부터 자리다툼을 하고, 갈등과 반목이 이어진다면 그 피해는 오롯이 주민의 몫이 된다. 감투에 눈이 멀어 민생을 챙길 여유가 있을까 싶다.

원 구성을 놓고 서로를 물어뜯고 하는 모습이 그들이 말한 진정한 지방의원의 모습일지 묻고 싶다.

지역의 일꾼으로 주민을 위한 일을 찾는 게 먼저다.

주민이 요구하는 `니즈(needs)'는 물론 보이지 않는 `원츠(wants)'까지 파악해 실행하는 게 지방의원의 의무다.

지방의회 원구성을 둘러싼 갈등은 주민에게 그저 `밥그릇 싸움'으로 밖에 비치지 않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