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 아줌마' 적색경보
'박카스 아줌마' 적색경보
  • 손근선 기자
  • 승인 2007.08.21 23: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70∼80대 노인에 은밀히 접근해 성매매
20일 오후 청주시 상당구 남문로에 위치한 중앙공원 내에서 한 40대 여성이 노인에게 접근해 은밀하게 이야기를 건넨다.

일명 '박카스 아줌마'로 불리는 이 여성은 성매매를 목적으로 70대 노인과 밀담을 나누다가, 또 다른 중년 여성이 접근하자 욕설과 함께 그를 쫓아 낸다.

섭씨 30도가 웃도는 가마솥 찜통더위가 한창인 요즘, 더위를 피하기 위해 70∼80대 노인들이 중앙공원을 찾아 삼삼오오 짝을 지어 고스톱, 장기 등으로 무료함을 달래고 있는 가운데 이처럼 은밀하면서도 공공연한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다. 물론 그 타깃은 사람들과의 살가운 대화에 목말라하는 외로운 노인들이다.

청주상당경찰서는 20일 노인들을 상대로 금품을 훔친 이모씨(여·50)에 대해 절도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16일 오후 4시30분쯤 이곳 중앙공원에서 배회하고 있는 고모씨(69)에게 접근해 성관계를 갖자고 유인, 고씨의 집에서 현금 29만원을 훔친 혐의다.

이렇게 오갈데가 없거나 가족들로부터 소외된 노인들의 해방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시내 공원에 노인들의 쌈짓돈을 노린 40∼50대 중년 여성들이 등장한 것은 이미 오래전이다.

속칭 박카스 아줌마들로 불리는 이들은 노인을 상대로 손가방이나 보자기에 박카스와 캔 커피 등을 담아 가지고 다니며 환심을 산 뒤, 적게는 5000원에서 많게는 2만원의 화대를 받고 윤락행위를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주시 복대동에 살고 있는 60대 노인은 "더위를 피하기 위해 공원에 나와 있으면 중년 쯤 되어 보이는 여성들이 음료수 등을 건네며 '할아버지 놀러 가실래요'라고 접근한다"며 "어쩌다가 자식들에게 용돈을 받는 날에는 아줌마에 이끌려 잠시 놀아 본적이 있다"면서 머쓱한 웃음을 지었다. 또 청주시 탑동에 산다는 70대 노인은 "나처럼 나이가 많은 사람은 관심 밖이지만, 그래도 몇몇 노인들은 아줌마들과 잘 어울리고 있다"며 "어떤 노인은 박카스 아줌마와 거래()하기 위해 일부러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노인들을 상대로 성매매를 일삼고 있는 중년 여성들은 주로 청주시내 1종 술집에서 일하다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거리로 내몰리면서 생계유지를 위해 공원을 찾는다는 것.

상황이 이런데도 관할 경찰서는 중앙공원 일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성매매여성의 수와 수법 등의 기본적인 실태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공원에서 만난 70대 노인(청주시 상당구 수동)은 "불법 성매매에 대해 경찰은 신경도 쓰지 않는다"며, "이따금 술마시고 쓰러진 할아버지들 때문에 중앙공원을 찾지, 성매매 단속은 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주·야간으로 2∼3시간마다 공원일대를 돌며 예방활동을 펼치고 있다"며 "노인들의 제보가 없으면 성매매 단속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곳 노인과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현재 중앙공원과 상당공원 일대에서 활동하는 박카스 아줌마들은 대략 50∼60여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