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분으로 남긴 잎사귀
여분으로 남긴 잎사귀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8.21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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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현 순<시인>

촉촉이 비 내리는 날
단잠에서 깨어나 불어난 강물을 굽어다 본다
우산을 받쳐들고 그리 멀리 걸어가진 않으리라

물젖은 풀밭
한 포기의 당부쟁이가 비를 맞는다
내 사랑처럼 수많은 풀들 속에서
눈에 띄는 잎사귀
아무도 심지 않았다, 뜨란채 주변엔
이른 봄부터 싱싱한 나물들이 쑥쑥 자라고 있다
비옥한 땅, 특별한 양식이 감사하여라
풀밭에서 푸른 악보가 흔들린다
경쾌한 비의 노래가 들려온다
당부쟁이를 뜯을 때마다
영양많은 흰젖이 흘러나오는구나
그것은 지어미의 끈끈한 사랑
혈관을 타고 내리며
쓰디쓴 삶의 비애를 부드럽게 녹여줄 것이다

나도 그 누군가 사랑할 자를 위하여
진초록 몇 잎사귀 쯤 남겨두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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