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문백전선 이상있다
32. 문백전선 이상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8.09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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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가 쪼개지듯 끝장을 빨리 보는 것이…"
글 리징 이 상 훈

죽창부대를 이끌고 그야말로 파죽지세로 진격하던 봉암은 잠시 멈추도록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지금까지는 이렇다 할 반격다운 반격을 받지도 않은 채 승승장구 전진을 해왔다만, 봉암은 이제부터는 뭔가 사정이 달라지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았다. 우선 그들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방책(防柵)이 조금 전의 것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높고 험할 뿐더러 그곳을 지키고 있는 적병들의 눈빛과 태도 또한 여간 예사롭지가 않다.

'으흠! 이제부터 본격적인 싸움이 벌어지겠구나!'

봉암은 긴장을 하면서도 슬며시 회심의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들 앞을 가로막은 높다란 방책들은 그들이 뛰어넘기에 충분한 높이였기 때문이었다.

봉죽과 그의 사촌동생 봉암이 심혈을 기울이며 조련한 죽창부대가 천하제일이란 명칭을 달래 얻은 것이 아니었다. 단지 죽창만을 가지고 찌를 듯이 무작정 밀고 들어가는 것쯤이야 어느 누군들 하지 못하겠는가

봉죽의 죽창부대가 강하다는 것은 죽창으로 적을 찔러 제압할 수 있다는 것뿐만이 아니었다. 병사들이 제각각 갖고 있는 죽창을 이용하여 장대높이뛰기를 하듯이 적이 설치해 놓은 방해물을 훌쩍 타넘거나, 강물을 만났을 때 죽창의 긴 통을 이용하여 물속에서 코로 숨을 쉬어가며 지나가는 등등의 적재적소 임기웅변술에 아주 능하기 때문이었다.

봉암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손등으로 훔쳐 닦으며 잠시 숨을 돌렸다. 그리고는 옆에 있는 부관에게 뒤쪽을 향해 노란색 깃발을 좌로 3번 우로 3번 힘차게 흔들도록 명령했다.

이것은 그들을 총지휘하는 봉죽 대장에게 어떤 방식으로 작전을 진행해야할지를 물어보는 약속된 신호였다.

'후후후.'

봉죽은 그들의 깃발 신호를 보자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자, 이제 어떻게 할까 내친김이라고 부하들에게 계속 공격을 하여 아예 끝장을 내버리라고 할까 아니면 일단 휴식을 충분히 취하고난 다음에 다시 공격을 하라고 할까

그런데 이 두 가지 방법에는 선악을 쉽게 구별할 수 없는 제각각의 장단점이 있었다.

사기가 오를 대로 올라 있는 부하들에게 계속 공격을 퍼붓도록 하는 것은 잔뜩 긴장을 하고 있는 적들에게 계속 겁을 주어 일거에 내칠 수가 있다. 그 반면 피로에 지쳐 있는 병사들을 계속 앞으로 내몰다가 적의 강력한 반격을 받게 되면 오히려 큰 열세로 돌아설 수가 있다.

봉죽은 처음엔 공격하는 병사들에게 잠시 휴식을 취하게 해줄까 생각했지만 곧바로 그 생각을 바꿨다.

봉죽이나 봉암에게 직접 조련되어 지금 실전에 투입되어있는 알짜배기 정예의 죽창부대 병사들은 불과 300여명에 불과하다. 이들이 요소요소에 끼어서 전체를 교묘히 이끌어 나가고 있을 뿐 나머지는 모두 다른 부대에서 빼내온 병사들로 급조(急造) 되어 있다. 그러니 이들에게 휴식을 함부로 주다가는 자칫 하단 전열이 흐트러져서 금방 들통이 날 수도 있다.

'파죽지세(破竹之勢)야! 대나무가 쪼개지듯 끝장을 빨리 보는 것이 좋겠지. 사람이 긴장을 하게 되면 웬만한 피로 같은 건 느끼지 못하거든. 후후. 그렇다면.'

봉죽은 회심의 미소를 다시 지어보며 그의 충실한 부관이자 사촌동생인 봉암을 향해 계속 공격하라는 명령을 막 내리려고 하였다.

바로 이때, 옥성(玉城)의 취라성주로부터 급한 명령을 갖고 온 자가 봉죽의 뒤에서 큰소리로 외쳤다.

"취라성주님 명령이요! 장수 봉죽은 죽창부대를 즉시 원위치 시키고 지금 당장 옥성(玉城)으로 들어오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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