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문백전선 이상있다
31. 문백전선 이상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8.09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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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1. "우리가 더이상 물러설 수도 없지 않나"
글 리징 이 상 훈

"하지만, 지금과 같이 절호의 기회를 우리가 그냥 맥없이 놓쳐서야 어디 되겠는가 내 모든 공을 자네에게 돌리도록 할터이니 지금 당장 측면 공격 명령을 내려주게나."

봉죽이 무척 초조스런 목소리로 말했지만, 장월은 역시 고개를 흔들며 묵직한 목소리로 다시 대답했다.

"아니야! 문강과 백락의 평소 깔끔한 성격으로 보건대 측면 공격에 대한 방비를 해놓지 않을 리가 없어! 공연히 섣부르게 우리가 허(虛)를 찌른답시고 공격을 하다간 아까운 부하들의 목숨만 잃고 말걸세."

"부하들의 아까운 목숨만 생각하는 자네는 그럼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겠다는 생각인가"

봉죽이 울컥 치미는 화를 가까스로 참으며 이렇게 다시 물었다.

"어허! 섭섭하게 원 그런 말을. 봉죽! 절대로 곡해하지 말게나. 보다시피 우린 자네의 죽창부대 작전을 물심양면 성심성의껏 돕고 있는 중이라네. 다만 우리가 전투 병력을 지원하지 않는 것은 자네의 죽창부대가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일에 공연히 우리들이 끼어들어서 나중에 공(功)을 서로 차지하겠다며 병사들끼리 싸우고 다투는 꼴을 보기 싫어서이지."

장월이 아주 천연덕스럽게 다시 대답했다.

"으음음."

봉죽은 장월의 마음이 쉽게 돌아서지 않으리라는 것을 깨달았는지 더 이상 채근하지 않았다. 그런데 전투 상황은 기대 이상으로 봉죽에게 점점 더 유리해져갔다.

봉죽의 자랑하는 죽창부대는 문강과 백락이 세워놓은 제 1 방책선은 물론 제 2방책선 마저도 여지없이 무너뜨려버리고 이제 서서히 제 3 방책선을 향해 좁혀들어 가고 있는 중이었다. 이런 속도라면 적어도 오늘 정오가 되기 전에 문백전선의 중심부를 완전히 허물어뜨릴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니, 어찌된 일이지 우리 병사들이 이토록 겁을 먹고 자꾸만 뒤로 물러서려 하다니!"

문강이 몹시 초조한 목소리로 백락에게 물었다.

"음. 우리가 처음에 너무 쉽게 뒤로 물러선 것만 같아. 건초더미가 이슬에 젖어있건말건 강력한 화공(火攻)으로 맞섰어야 했는데."

백락도 몹시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이제 우리가 더 이상 물러설 수도 없지 않나 저 방책선마저 뚫린다면 우리가 서 있는 곳조차도 위태로운데."

문강이 다시 다급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물론이지. 이제부터는 악착같이 버티는 수밖에 없어. 절대로 뒤로 물러섬이 없이 육박전을 벌여서라도 죽창을 든 놈들을 저지시켜버리라고 명령을 내리게. 아, 아니 참! 내가 직접 가서 병사들을 독려해가며 싸워야겠네."

백락은 이렇게 말하더니 별안간 장검을 쑥 빼어들고 앞으로 걸어 나갔다.

"어떻게 된 거지 저들의 후방을 교란시키겠다는 낙계와 그의 부하들은 아직도 저들의 뒤쪽에 닿지를 못했단 말인가"

문강이 안달을 하며 바로 옆에 있는 어은에게 물었다.

"낙계는 전투에 직접 임하지 않고 있는 장월의 부하들을 피해서 되도록 멀리 돌아서 가려하기 때문에 시간이 적잖이 걸리는 듯싶습니다. 그러나 조금만 더 기다려 보십시오. 틀림없이 낙계는 여봐란 듯이 큰일을 해내고야 말 것입니다."

어은 역시 무척 초조해 하면서도 내심 뭔가를 크게 기대하고 있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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