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돌이표 같은 습관
도돌이표 같은 습관
  • 임현택 수필가(괴산문인협회 지부장)
  • 승인 2022.03.14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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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임현택 수필가(괴산문인협회 지부장)
임현택 수필가(괴산문인협회 지부장)

 

주말, 늦잠 좀 자면 좋으련만 어찌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을 뜨는 걸까. 야속하다. 이불 속에서 뒹굴뒹굴 뒤척여봤지만, 창을 비집고 들어오는 햇살, 뭔지 모를 불편함이 짓누르는 것 같아 일어나고야 만다. 딱히 갈 곳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동동거리는 발걸음 주중과 별반 다를 것 없이 한결같이 분주한 주말이다.

미적거리며 봄이 오는 요즘, 새싹이 움트는 나뭇가지처럼 괜스레 몸이 근질거린다. 등산이나 할 요량으로 일찌감치 차에 올랐다. 얼마나 달렸을까. 아뿔싸! 운전을 하던 중 기함하고 말았다. 산행 정반대 방향인 회사로 가고 있었다. 몸이 가는 대로 습관적인 행동 아니 무의식적으로 토끼 길 가듯 회사로 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순간, 염려와 걱정으로 속을 태운 커다란 돌덩이 하나가 가슴속으로 `쿵'하고 내려앉는다. 허탈하면서 공허한 마음 암담했다. 어르신들은 서로에게 `정신 줄 꼭 잡고 살아야 혀'하시며 서로를 위로와 격려를 하셨는데 내게 오늘이 딱 그날이다.

이렇게 몸에 밴 습관, 얼마나 무서운지 자신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행위가 때론 자신을 헤칠 수도 있다는 사실. 바로 플로리다주 쌩규어거스틴 바닷가의 갈매기가 그러하다.

언제부턴가 쌩규어거스틴 바닷가에 갈매기가 죽어가고 있었다. 역학조사를 해도 그곳은 청청지역으로 오염이 없는 지역이었다. 그럼에도 갈매기들은 계속 죽어가고 있었다.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저 소박하고 아름다운 곳으로 오랜 세월 마을 주민들이 새우잡이로 생계를 꾸리며 그물을 손질하는 포구였다. 어부들은 매일같이 그물을 털면서 헤진 곳을 손질했고, 그때 떨어진 새우들을 갈매기들이 주워 먹으면서 유유자적하면서 평화로운 생활의 연속이었다. 어부들의 평온한 일상과 갈매기들의 어우러짐은 평안했다. 그렇게 수십 년 동안 갈매기들은 자연스레 힘도 들이지 않고 어부들이 그물을 손질하면서 떨어진 새우들을 손쉽게 주워 먹으면서 대대손손 평온하게 살아왔다. 굳이 먹이를 애써 구하지 않아도 먹을 것이 지천이었다.

그렇게 오랜 세월이 지난 어느 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태가 일어났다. 기후변화로 새우 서식지가 옮겨졌고 어부들은 새우를 따라 다른 곳으로 포구를 옮겨지게 되었다. 그 후, 플로리다주 쌩규어거스틴 포구에 뜻하지 않게 갈매기가 죽어가는 사연을 접하고 모두가 충격에 빠졌다. 이는 갈매기들이 오랫동안 그물에서 떨어진 새우들을 주워 먹고 살아온 습성이 대대손손 몸에 배어 있어 스스로 사냥하는 방법이 퇴화되었던 거다. 때문에 먹이를 구하는 생존법을 몰라 굶어 죽게 된 것이었다. 그 넓은 바닷가에서 굶어 죽는다는 것을 누군들 상상이나 했겠는가. 허나 역학조사 결과 갈매기는 포구가 다른 곳으로 이사한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습관적으로 날아왔다. 내가 무의적으로 회사로 운전을 하는 것처럼. 사람도 동물도 오래도록 몸에 밴 습성은 자칫 신경을 쓰지 않으면 자동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사냥하는 방법을 몰랐던 갈매기 분명 배가 고팠음에도 먹이를 구하기보다는 배회하다 죽음을 맞이했던 것이다.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갈매기의 오래도록 몸에 밴 생활이 쉽게 고칠 수 없어 결국 죽음까지 이르게 되었다. 사람 역시 몸에 밴 습관이 삶을 좌우한다. 오래된 심성과 생각은 곧 행동으로 나타나고 이는 습관으로 몸에 밴다. 결국 좋은 습관과 나쁜 습관은 내가 만들어 내는 인성이다. 존 드라이든은 처음에는 우리가 습관을 만들지만, 그다음에는 습관이 우리를 만든다고 했다.

도돌이표 같은 습관, 자세와 태도가 바뀌면 환경도 바뀌고 나도 변화한다고 한다. 봄볕이 따사로운 오늘, 그간 쌓아온 나의 발자취를 가만가만 뒤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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