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김부장 이야기
공무원 김부장 이야기
  • 김미애 청주시 건축디자인과 주무관
  • 승인 2022.03.09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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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김미애 청주시 건축디자인과 주무관
김미애 청주시 건축디자인과 주무관

 

얼마 전 일찍 퇴근을 한 저녁에 평소 자주 검색하던 한 인터넷카페에서 책 추천 글을 보게 되었다. 누리꾼이 추천한 책은 `서울 자가 대기업에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댓글을 보니 하나같이 공감되는 내용이라며 재미있게 술술 읽히는 책이라고 추천이 많았다. 도서관에 대출을 바로 예약했다. 인기도서라 며칠이 걸려 받아봤지만 받아 본 주말 토요일에 반나절 만에 읽을 만큼 책은 잘 읽혔고, 시쳇말로 `뼈 때리는' 구절도 많았다.

서울 자가 주택 소유자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은 회사 내에서 보고서의 달인이었지만 바뀌는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고 자신의 생각만 고집하다 결국 권고사직을 당한다. 부동산에 관한 현실을 집어주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적나라한 직장 생활 묘사가 더 재미있었다.

대기업 김 부장은 웃분께 충성을 다하고 자기 부하도 그래야 하는 것이 응당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점심식사 후 부하직원들하고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 자기가 사야 할 것 같아서다. 더치페이에 익숙한 부하직원들은 김 부장이 왜 커피를 마시러 가지 않는지 알지만 모른 척 한다.

상사보다 좋은 차를 타는 것도 안 되며, 부하직원이 열심히 준비한 보고서를 마음대로 수정해 본인이 한 것처럼 발표하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며, 실적보다 친분에 따라 인사고과를 주는 말 그대로 `꼰대'였다.

그런 김 부장은 본인이 당연히 승진라인이라고 생각했지만 윗선에서는 변화를 두려워하고 자신의 생각만 고집하는 김 부장을 지방 공장 안전관리팀으로 발령 낸다. 권고사직이다. 퇴직 후 김 부장은 닥친 현실에 절망하며 공황장애를 겪지만 결국 현실을 직시하고 자신이 무시하던 형의 카센터 구석에서 세차부터 시작하고 두 번째 인생을 시작한다.

지방 자리를 제안받은 그날 저녁, 상무가 저녁식사에서 김 부장의 현실을 조목조목 짚어주었지만 김 부장은 변하지 않았다. 김 부장의 굳을 대로 굳어진 생각(또는 신념)은 상무의 충고 하나로 변화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나중에 부동산 사기도 당하고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하니 조금씩 생각이 바뀌는 김 부장이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문득 나도 이렇게 변하고 있지는 않나 생각이 들었다. 전임자가 처리하던 대로 안일하게 일했던 경험이 생각나기도 하고, 민원 해결을 위해 열정적으로 일했던 기억이 언제인가도 더듬어 생각하게 되었다.

야근하던 어떤 날은 감사실 직원들이 복무점검을 나와 `정말 초과근무를 제대로 하는지' 복무 점검을 했던 기억도 났다. 그때는 속으로 `같은 직원끼리 직원을 저리 못 믿나, 야근하는 것도 억울한데 야박하네~' 하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외부에서 보는 공무원은 `철밥통'그 자체. 뉴스에 간간이 나오는 불성실한 공무원의 근무행태가 보도되는 걸 보면 찔리지 않도록 나부터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공직사회와 일반 기업에서의 직장문화 차이는 있겠지만, 어디에나 있는, 어디에나 있을 법한 공무원 김 부장이 되지 않기 위해 스스로 마음을 다잡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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