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연장에 목매는 식당들
대출 연장에 목매는 식당들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2.02.14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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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충남 천안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승현씨(59·가명)는 요즘 좌불안석이다.

코로나19가 닥친 2년 전부터 은행에서 끌어 쓴 대출금 상환 기일이 도래했기 때문이다. 그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소상공인 경영안정자금, 지자체 정책자금 등 세 차례에 걸쳐 1억여원의 대출을 받았다.

하지만 3건 중 2건의 대출 계좌의 상환 기일이 올해 봄과 가을에 각각 도래한다. 나머지 1 건의 대출 기한은 2025년까지로 대출 계좌 중 유일하게 상환기일이 5년(2년 거치, 3년 원리금 균등 분할 상환)이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당장 올해 닥칠 2건의 대출이 만기가 도래하면서 돈 갚을 걱정에 잠을 제대로 청하지 못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2년 여간 식당 매출은 ² 토막이 난데다 최근 영업 시간마저 오후 9시까지로 제한되면서 식당 운영은 사실상 파산직전의 상황. 유일한 희망이 영업 정상화를 통한 손실 복구인데 곧 다가올 거리두기 규제 완화를 앞두고 은행 대출금을 못갚아 또다시 고금리 사채를 빌어써야 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김씨는 “지난 2년간 힘들게 버텨왔는데 이제 희망이 보이려는 순간에 은행 대출금 때문에 집이 압류 당할 위기에 처했다”며 “코로나19로 대출을 받은 전국의 모든 소상공인들이 나와 같은 처지에 놓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 5대 은행이 코로나19와 관련해 떠앉고 있는 잠재 부실 대출 총액이 14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시중은행이 코로나19와 관련해 납기를 연장해 준 대출 및 이자 총액은 1월 말 현재 139조4949억원이다. 채무자는 물론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이다. 여기에다 대출 원금을 나눠 갚고 있던 기업의 `분할 납부액' 9조6887억원도 원금 상환을 유예해줬으며, 같은 기간 이자 664억원도 유예됐다. 이를 모두 더하면 5대 시중은행은 코로나19와 관련해 140조5067억원의 잠재 부실 대출을 떠앉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자영업자들의 신규 대출 증가액은 48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6개 시중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SC·씨티)의 지난해 말 기준 개인사업자대출 규모는 2019년 말 대비 23.1%(48.7조원) 늘어난 259조3000억원이었다. 2년 새 개인사업자대출 건수는 무려 81만8000건(58.6%) 늘었다.

코로나19와 관련해 현재 상환이 유예중이거나 상환 기일이 도래할 대출 총액이 190조원에 달하는 셈이다. 문제는 대출 상환 능력이 없는 대부분의 소상공인이다. 48.7조원 규모의 신규 대출을 받은 자영업자들의 경우 거지반 영업 부진으로 만기 연장이 부득이 한 상황이고 앞서 상환 유예 혜택을 받은 중소기업들도 몇몇 잘나가는 업종군을 제외하면 상환 여력은 거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소상공인들을 불안하게 하는 정부 당국자의 언급이 나왔다. 금융위원장이 최근 더이상의 대출 연장 및 이자 상환 유예는 없다며 3월 말 종료를 시사한 것이다.

아직 공식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만약 실제 소상공인들이 대출금을 일시에 만기 상환해야하는 상황이라면 시장의 혼란은 불보듯 빤한 상황. 정치권과 금융 당국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모든 소상공인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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