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씨뽐내기
청주 새터초등학교 6학년 박근민낮 기온이 섭씨 30도가 넘었다는 뉴스가 들려온다. 이렇게 더운걸 보니 5학년 때 있었던 일이 생각난다.
아주 날씨가 더웠던 토요일.
"아빠, 너무 더운데 수영장 가요."
서울에서 회사를 다니다 주말에 내려오시는 아빠가 피곤하실 줄 알면서도 아빠를 졸랐다.
부모님과 먼 곳을 여행갈 때는 몇 십분 걸렸는데, 5분 만에 준비를 끝낸 나를 보고 엄마는 "아유, 얼마나 가고 싶으면."이라며 빙그레 웃으셨다.
수영장에 도착하니 더운 날씨를 피해 온 사람들로 수영장은 만원이었다.
"얘들아, 준비 체조를 해야지."
아빠의 말씀을 듣는 둥 마는 둥 동생 근재와 간단히 준비체조를 하고 물속으로 "풍덩" 몸을 던졌다. 나의 수영 솜씨를 뽐내고 싶어 동생과 잠수 시합을 했다.
그러나 "자∼ 시작"하고 얼마 안 있어 뒤에 있는 어떤 사람이 나를 밀었다. 나는 중심을 잃고 허우적거렸고, 이후 코가 매워지고 갑자기 추워졌다. 한참 후 언제 달려오셨는지 나는 아빠에 의해 겨우 수영장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엄마께서 코코아를 한 잔 뽑아 주시더니 "그것 봐라. 준비 운동도 제대로 하지 않고 물로 뛰어들더니 큰일 날 뻔했지"하며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씀하셨다.
아빠도 "여러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는 서로 조심해야 한다"며 수영장에서도 항상 앞, 뒤를 살펴보고 놀아야한다고 주의를 주셨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나한테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으니 사고는 아무 예고 없이 찾아온다"는 말이 실감났다.
우리의 생명도 작은 질서와 약속을 지킬 때 보호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당시 수영장에서 준비체조도 잘하고, 주변을 잘 살폈다면 물에 빠져 힘들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언젠가 '질서, 그것은 아름답고 편한 것'이란 표어를 본 적이 있다. 우리 생활의 안전은 질서라는 약속을 지킬 때 받을 수 있는 선물이다.
'안전은 아주 작은 일부터' 내 친구들은 이 말을 명심하고 무더운 여름, 나처럼 물에 대한 공포를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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