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흡연에 눈 감는 어른들
10대 흡연에 눈 감는 어른들
  • 이주현 기자
  • 승인 2021.12.01 19: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훈계때 보복 등 우려 침묵 … 청소년 제재 법 필요
첨부용. /그래픽=뉴시스
첨부용. /그래픽=뉴시스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에 사는 중소기업 대표 한모씨(34)는 지난 28일 오후 6시쯤 자신이 거주하는 건물 1층 주차장에서 담배를 태우고 있는 10대 학생 두 명을 보고 훈계하려다 참았다.

최근 대구에서 담배를 피우지 말라며 학생들을 훈계한 식당 주인이 이들로부터 행패를 당한 뉴스가 생각나서다.

한씨는 “집 앞이라 괜히 보복당할까 싶어 자리를 피했다”며 “이런 일이 자주 있는데 그럴 때마다 계도를 해야 할지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의 흡연을 놓고 세대 간 충돌이 종종 벌어지고 있다. 주변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흡연하는가 하면, 훈계하는 어른들에게 공격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례가 적지않다. 이 때문에 고등학생은 물론 어린 초·중학생들의 흡연을 보고도 어른들은 침묵하는 게 일상이 됐다.

질병관리청의 2020년 전국 중·고생 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도내 10대 학생 흡연율은 5.9%다. 전북(6.6%)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비율이다.

10대 사이에서 비교적 가벼운 일탈로 치부되는 흡연은 각종 범죄로도 이어지곤 한다.

지난해 12월 20일 오후 6시쯤 증평군의 한 PC방에서 당시 고등학교 3학년생 A군이 담배를 끄라는 사장의 말에 화가나 20대 여자 종업원에게 흉기를 휘두른 사건이 있었다. A군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경미한 사례도 허다하다.

경찰 관계자는 “학생들이 떼로 모여 흡연하고 있다는 주민 신고가 종종 들어오는데 현장에 도착하면 이미 자리를 떠나고 없거나 시치미를 뗀다”며 “훈계를 했다가 자칫 몸싸움으로 번지는 경우가 적지않다”고 전했다.

문제는 청소년들이 흡연환경에 너무 쉽게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청소년들에게 담배를 판매할 수 없지만 담배구하기는 일도 아니라는게 청소년들의 말이다.

담배를 구매하는 청소년을 직접 제재할 수 있는 법이 없는 것도 문제다.

현행 청소년 보호법은 담배 등 청소년에게 판매, 배포, 대여,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업주 처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주현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