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힌 문을 열게 하는 나의 방문객은?
닫힌 문을 열게 하는 나의 방문객은?
  •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 승인 2021.11.18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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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그릇에 담긴 우리 이야기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마음을 닫는 이유는 두려움이다. 내 무지함이 탄로 날까 봐, 내 안의 황폐함이 드러날까 봐 두렵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마음을 닫고 사는 때가 있다. 어느 때, 무슨 연유로 자물쇠를 걸게 되었는지조차 기억에 없다.'<나는 연을 날리는 소년이었다/`마음을 활짝 열자'/신영길/나무생각> 그림책 <색깔손님/안트예 담/한울림어린이> 속 엘리제 할머니는 마음뿐 아니라 집의 문도 잠그고 안에서만 지낸다. `거미도 무서워하고, 사람도 두려워하지요. 심지어 나무도 무섭다'고 할 정도로 겁이 많은 할머니다.

무슨 연유로 그리되었을지 상상해보며 이 장면에 머물러 보자. 독자 경험이 유추의 실마리로 작용하면서 주인공과 독자가 만나는 지점이 된다. 책이, 문학이 내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이다.

나도 마음의 문을 닫을 때가 있다. 이미 있는 상처에 소금이 뿌려져 덧나는 것이 두려워 마음의 문을 닫을 때가 있다. 마음의 문을 닫기까지도 쉽지 않으려니와 그 여파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정리를 하는 것이 내가 살 길이라 여겨 나는 그리한다.

이렇듯 마음의 문을 닫는 사유는 무궁무진하다. `마음의 열려고 해도 이제는 열쇠를 찾지 못해서 열지 못한다. 메마른 눈에는 보이지 않고 감동의 눈이어야만 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가 보이는 이치가 신비스럽다.'<나는 연 날리… 중> 이 말은 닫힌 문을 열 수 있는 정유(情由) 또한 무궁무진하다는 말이다.

엘리제 할머니에게도 뜻하지 않은 방문객이 감동을 안고 집으로 들어온다. 잠시 열어 놓은 창문, 그 틈을 통해 종이비행기로 먼저 다가온다. `낯선 다가옴'이 무서운 할머니는 잠까지 설친다. 다음날 종이비행기의 주인은 햇살 담은 노란색과 함께 찾아온다.

당돌하게도 남자 아이는 `내 비행기 어디로 갔어요? … 근데 나, 쉬 마려워요.' 한다. 남자 아이의 발걸음과 손짓 그리고 이야기에서 할머니는 색깔을 찾아낸다. 남자 아이가 가지고 온 감동을 볼 수 있는 마음이 할머니에게 있었던 것이다. 그 감동으로 회색 빛투성이던 할머니 집이 갖은 색깔로 그득 해진다. 할머니 마음의 문을 여는 마스터키는 `사람'이었다.

`사람' 말고도 색깔손님은 다양하게 있을 것이다. 운동으로 활력을 키우는 이도 있을 테고, 여행에서 위안을 얻는 이도 있을 것이고, 잠이 보약이라 여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는 뭘까? 내게 안정을 가져다주는 색깔손님, 닫힌 마음의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는 뭘까? 사람 그중에 가족이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책도 한몫을 한다.

책을 통해 작가와 이야기 나누고, 서평과 칼럼을 쓰며 독자와 소통하고, 강의나 독서모임에서 사람을 만나니 나의 색깔손님은 책이라 해도 가족들이 서운하다고 안 할 것이다.

`어떤 종류의 자물쇠라도, 아무리 복잡하고 오래된 원한이라도 열 수 있는 만능열쇠가 있다면, 그건 사랑이 아닐까'라고 신영길 작가는 말한다. 허면 이 글을 읽는 독자에게 만능열쇠가 있다면 무엇일까? 나에게 찾아온 색깔손님은 누구일까? 넌지시 질문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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