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계 출산율 0.84
합계 출산율 0.84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1.11.01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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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결혼하면 1억원을 주고 자녀를 출산할 때마다 3000만원 씩 현금을 주겠다.”
2014년 모 정치인의 대선 공약이었는데 당시엔 허황된 말로 들렸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차라리 이게 나았을 지도 모르겠다. 우리 정부의 출산 정책이 여전히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말이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합계 출산율은 0.84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2017년까지 1.0명 선을 유지하다가 2018년에 0.98명을 기록하며 하향세가 가팔라졌다. OECD 38개국 중 최하위다. 합계 출산율 0.84명이라는 의미는 부부가 결혼해서 1명의 아이도 낳지않는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2006년 저출산 기조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나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1조원 규모의 예산을 편성해 대응에 나섰다. 이미 이때 합계출산율이 1.2명 수준이었다.
심각성을 느낀 정부는 이때부터 저출산 극복을 위해 천문학적 돈을 쏟아부었다. 올해까지 16년동안 421조원, 연평균 26조원을 지출한 셈이다. 하지만 별무신통이었다.   
첫해인 2006년 1.19명을 기록했던 합계출산율은 2012년 1.30명으로 반짝 상승했을 뿐, 계속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해 2018년 1.0명이 붕괴되고 지난해엔 0.8명대로 추락했다.
이런 지경이니 차라리 신혼부부에게  수억원씩 돈을 주는게 나았었겠다는 얘기가 나올만 하다.
저출산의 가장 큰 문제는 일본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생산 연령의 감소에 따른 국가 생산성 저하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이면에는 부동산 거품과 함께 저출산 기조에 따른 노동 시장의 경직이 있었다.
정부는 2017년 저출산 문제의 극복을 위해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후 0세부터 초등 6년까지 자녀 돌봄 부담 해소, 육아 휴직 확대 및 유연 근무제 도입, 교실 혁명을 통한 사교육비 경감 등 다양한 정책을 만들고 이행했으나 여전히 성과는 내지못했다. 결혼 적령기인 MZ세대를 유인할 만한 ‘당근’이 먹히지 않았다는 뜻이다.
유럽의 경제 강대국 독일이 최근 합계출산율을 발표했다. 여성 1인당 1.602명으로 우리나라의 출산율 0.83에 비해 두배나 되는 수치다. 코로나19로 세계 경제가 휘청이는 가운데서도 독일은 지난해보다 출산율이 0.38%포인트가 증가했다. 이민자들의 증가 덕분이기도 하곘지만 독일의 출산 정책 성공에 대해 사회학자들은 가족 친화적인 정책 기조와 사회양극화 방지 노력을 그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1980년대 이후 급격한 인구 감소로 위기를 겪은 독일은 정부 주도의 강력한 출산 정책을 수립하고 다양한 육아 지원에 나섰다. 예를 들면 아이가 있으면 집을 장만할 때 1인당 1만2000유로(한화 1600만원)를 지급하고, 1인당 30만원 정도의 육아수당을 기본 18세에서부터 최장 25세(학업중인 경우)까지 지급한다. 이밖에 자녀를 키울 때 고정적으로 지급하는 부모수당, 개인연금 납부액을 깍아주는 세제혜택 등이다. 그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정책은 저출산 대책과는 상관없어 보이는 교육제도다. 독일은 헌법으로 국민에 대한 교육비를 국가가 부담해야한다고 명시해놓았다. 이 덕분에 국민 누구나 원한다면 평생 무상교육을 받을 수있다. 알바를 하면서 학비를 충당하는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실태를 보면 부럽지 않을 수 없다.
자녀에게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을 수 있는, 사교육비 없이 평등한 교육과 출세의 기회가 보장된 사회 분위기가 출산 의욕을 북돋아 주는 계기가 된 것이다. 16년간 420조원을 쏟아붓고 받아든 합계 출산율 0.83이라는 초라한 성적표. 이젠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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