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교육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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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7.13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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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의 性認知的 관점
박 을 석 초등위원장 <전교조충북지부>

군대 말로 '갈군다'라는 게 있다. 요즘도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보이지 않게 괴롭히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특히 상급자가 지위와 업무수단을 이용해 힘들게 하는 것이다. 하급자는 이의를 제기하고 싶어도 상급자의 잘못을 여러 사람들에게 설득시키기 곤란하다. 왜냐하면 상급자가 범하는 잘못은 외부자의 시선에선 자칫 사소한 것들로 비춰지거나 지위 업무상 있을 수 있는 일들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너무 힘들어 하급자가 외부에 하소연한다 싶으면 대다수 돌아오는 반응은 "뭘, 그까짓 것 가지고 그래"라는 것이다.

최근 지역교육계의 사안의 중심이 된 어느 중학교 교장이 소속 교직원을 대하는 태도는 군대식 '갈굼'을 연상시킨다. 특히 저항이 적을 것이라 예상되는 여교사, 그 중에서도 비교적 젊은 여교사들에게 가했다는 언행은 더욱 그렇다. 사소한 맞춤법오류에 대한 질책, 두 세 번씩 재기안 시키기, 존칭 없이 호명하기, 수시로 호출하기 등등. 사실이 아니길 바라지만, 한 여선생한테 '나가 죽어!'라는 극언까지 했다는 말도 들린다. 걸핏하면 행정처분, 직무상 명령, 사유서 제출, 각서 제출 등등의 말을 들으며 가졌을 위압감은 군생활 이상이었을 법하다. 이러한 수직적 권력관계 속에서 지속적으로 억눌리다가 건의, 면담, 요구도 하였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었기에 교사들이 학교 외부로 공론화하고 도움을 청하기에 이르렀다. 와중에 터져나온 것이 성희롱 사건이다.

일찍이 이기용 교육감은 미녀대회 시상식에 가서 상장을 수여했다가 성인지적 관점이 부족하다고 비판을 당한 적이 있다. 미녀대회가 여성을 상품화 한다는 비판을 식자들이 제기한 지도 오래된 터수에 교육감이라는 지위에 있는 이가 미녀대회 시상이라니 가당치 않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교육청이 이번 성희롱 사건을 처리하는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면 성인지적 정책이나 성인지적 관점이 정립되어 있나 의아스럽다. 교육청의 수장으로서 현 교육감도 마땅히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같은 약을 써도 남자에게는 약이 되지만 여자에게는 독이 되는 것을 연구하는 성인지의학회가 생긴지도 오래 되었다. 성인지 예결산제도를 담은 국가재정법에 대한 생각이나 계획은 묻고 싶지도 않다. 담당부서를 정하지 못해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고, 고충접수 절차를 잘못 적용하는가 하면 접수일자도 이랬다저랬다 하는 식의, 교육감이 조례로 정한 성희롱 예방지침을 위배한 업무담당자를 문책했다는 말도 없다. 성희롱 고충심사가 정식 청구되면 당사자는 일단 격리 조치하여야 된다는 판단도 없다. 성희롱이라는 것이 대다수가 권력적 수직관계의 상급자가 행하는 성적 폭력이기 때문에 2차 피해 최소화 대책은 상식이다. 그러한 격리조치로써 대기발령조차 시키지 않았다. 그에 더해 성희롱결정이 난 마당에도 가해 상급자를 그 자리에 두고 있는 교육감이다.

이렇듯 조치가 없는 동안에 성희롱 가해자인 교장은 성희롱 피해자를 포함해 여러 교사들에게 유·무형의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설사 압력행사가 없다 하더라도 교사들은 단지 그가 직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심리적 압박감을 받는다. 2차 피해가 발생하는 것이며 피해가 계속 이어지는 것이다. 품성의 느긋함 때문인지 공사가 다망해서 그러는지 도무지 자기 딸이라면 이렇게 내버려 두었을까 싶은, 교육청의 최고권한자이자 책임자로서 교육감의 성인지적 관점이 우려스럽다. 교육감의 생각은 아직도 "뭘 그까짓 것 가지고 그래 별것 아니잖아"에 머물고 있는 것일까. 현안에 대한 신속한 판단과 조치를 고언한다. 교장 징계를 요구하는 농성천막을 철거하는 데서 보인 신속함의 절반이라도 보여주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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