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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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7.11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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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와 충북민심
남 경 훈 <정치행정부장>

요즘 손학규 하면 떠오르는 것은 일단 텁수룩한 수염과 작업복 차림의 모습이다.

그는 고비가 닥치고 어떤 결정을 내려야할 때마다 절이나 산을 찾는다.

또 '정치는 국민의 생활로부터 나와야 한다. 정권은 민심에서 나온다'는 말을 남기고 느닷없이 민심대장정을 떠나기 위해 짐을 꾸린다.

이런 모습 때문인지 12월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변신에 있어 손학규처럼 성공한 사람도 현재까지는 없는 듯하다.

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로 출발해 지난 3월 19일 탈당 선언과 채 4개월도 안돼 범여권 대통합 합류 선언은 반전의 드라마와도 같아 보인다.

이런 과정에서 올 대선판 최고수로 여겨졌던 고건 전 총리와 정운찬 전 총장은 여지없이 나가 떨어졌다. 결국 최근들어 그를 따르는 열린우리당을 비롯해 범여권 의원들이 줄을 서고 있는 것을 보면 역시 정치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그럼에도 10일 청주시민회관을 찾은 손학규 전 경기도 지사의 겉모습은 범여권 유력대선 후보라는 이미지와는 맞아 떨어지지 않았다.

역시 이날도 청원 현도 오박사마을에서 하룻밤을 자고 고추따기 일손돕기를 마치고 오후에 만났기 때문이다. 이런 민심탐방과 민심을 찾는 행보에 대해 그는 남들이 진정성을 갖든 말든 상관하지 않겠다는 말로 대신했다.

어떻게 보면 묘한 대답이고, 묘한 인상과 행동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이날 충북선진평화연대 출범식에는 그동안 범여권 대선주자의 행사와 달리 많은 사람들이 찾았다. 충북권에서 손 전 지사의 지지세로 볼 때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아마도 1주일 전에 청주에 왔다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이지 못했을 것이다. 그만큼 손학규에 대한 인기는 하루가 다르게 평가되고 틀려지고 있는 것이다.

대선이 불과 5개월 앞인데도 링에 오를 선수가 마땅치 않아 범여권은 우울하다. 링에 오르겠다고 나서는 인물은 많은데 선수급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범여권은 이제는 선수가 없으니 선수를 만들어야겠다고 작심하고 있다.

그럼에도 충북민심은 그가 선수가 될까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그는 강연에서 "충청인이 조용하고 겉으로 표를 내지는 않지만 결단을 하면 실행에 옮긴다"며 "우리는 이제 온 국민이 충청인의 자세를 배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충청권에서 민심이 잘 잡히지 않기 때문에 한 발언으로 보인다.

손 전 지사의 이날 청주 방문은 범여권이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는 요즘의 사정을 보면 여러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자신이 상임고문으로 있고, 자신의 최대 지지조직인 선민평화연대가 전국에서 두번째로 출범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기보다는 뜸을 들이고 있는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행사에 참석했다는 것 자체에 무게를 두는 듯하다.

이는 탈당을 언제 할 것인지, 대통합신당을 어떻게 만들어 나가야할지 고민을 하는 충북권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마음을 돌려 잡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출범식에는 홍재형 의원과 오제세·이시종 의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전날 급박하게 오제세의원은 손 전 지사 지지를 선언했다. 이어 참석하지 않을 것 같았던 홍재형 의원도 참석하고 축사도 그럴듯하게 했다.

홍 의원은 현재 열린우리당 충청권 몫의 최고의원이다. 이시종 의원은 충북 북부권을 대표한다.

이들의 참석이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손학규발 범여권의 움직임이 이제 시작된 것일까. 한번 곰곰이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국회의원들의 손학규 지지가 곧바로 충북민심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이제 시작된 범여권의 대세 몰이가 충북민심을 어떤 방법으로 움직일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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