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친박논쟁 보는 것 같다
옛 친박논쟁 보는 것 같다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1.07.25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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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후보(경기지사)와 이낙연 후보(전 민주당 대표)의 네거티브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이낙연 후보 쪽이 여배우 스캔들과 형수와의 욕설 통화를 거론하며 먼저 불을 지폈지만 이재명 후보의 반격이 거칠어지며 난타전 양상이 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정치판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드루킹 댓글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이낙연 후보가 나눈 통화를 놓고도 시비가 벌어졌다. 김 전 지사는 수감을 앞두고 이낙연 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대통령을 부탁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낙연 후보 측이 친문 그룹으로부터 적자 대접을 받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며 이 통화 내역을 공개했다. 이 지사 캠프서는 “사적 대화를 선거에 이용한다”며 “엄정한 정치적 중립을 지켜온 대통령을 경선에 끌어들이지 말라”고 반박했다.

두 사람의 적통 논쟁에 고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불려 나왔다. 이재명 후보는 2004년 국회의 노 대통령 탄핵안 표결 당시 사진을 공개하며 이낙연 후보가 찬성표를 던진 것 같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 이낙연 후보가 당시 한나라당과 탄핵을 주도했던 민주당 소속이었음을 상기시켰다. 친노와 친문의 계보를 잇고 있다는 이낙연 후보의 주장에 제동을 걸려는 의도로 보였다. 급기야 노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가 나서 “노무현을 선거에서 놓아달라”고 호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재명 후보의 언론 인터뷰 발언을 놓고 지역주의 공방전도 벌어지고 있다. “5000년 한반도 역사에서 백제 쪽이 주체가 돼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때가 한 번도 없었다”는 그의 발언을 이난연 후보 측은 “호남의 역량을 격하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후보 측은 “우리 민주주의의 심장인 호남이 대통합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애정이 담긴 말”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전통 지지층의 표를 의식한 두 후보의 적통 논쟁은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에서 벌어진 친박 논쟁을 연상시킨다. 새누리당은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낙점만 받으면 100% 당선이라는 착각에 빠져 마구잡이 공천을 알삼았다. “진실한 사람이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는 대통령의 발언이 나오자 친박으로는 부족하니 `진박'을 찾자는 구호가 돌았다. 원박, 돌박, 가박, 멀박 등 다양한 유형의 친박이 등장했고 대통령 측근들은 이른바 `진박 감별사' 완장을 차고 호가호위 했다. 친박공천에 저항하던 당 대표가 직인을 갖고 사라진 사건은 막장공천의 압권이었다. 오만한 논쟁으로 유권자들을 실망시킨 새누리당은 최소 170석이 예상됐던 유리한 구도의 선거에서 122석에 그치는 참패를 당했다.

이재명·이낙연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지난 4년간 국정에 책임이 있는 집권당 사람들이다. 게다가 그동안 추진한 정책들이 후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국민에게 그간의 부진을 만회할 신선한 정책을 제시하고 그 정책을 수행할 역량을 입증해야 할 사람들이 해묵은 스캔들을 끄집어내 재탕 삼탕을 해대며 난투극을 벌이고 있다. 전국민 기본소득 외에는 이렇다할 정책 대결이 보이지 않는다. 네거티브 말고는 승부를 걸 정책을 마련할 능력이 없다면 후보를 사퇴하는 것이 옳다.

과열 경쟁을 보다못한 당 선관위원회가 이번 주에 후보들을 모아 페어플레이를 다짐하는 협약식을 갖기로 했다고 한다. 그렇지않아도 코로나와 무더위로 고통받는 유권자들을 피곤하게 하는 시대착오적 혈통 논란만큼은 중단됐으면 좋겠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저서 `진보의 미래'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한때 감옥 다녀온 사람들이 도덕적 권위를 갖고 역할을 하려하는데 저항의 시대를 넘어 건설의 시대로 가니까 바닥이 보이곤 하더라”. 민주화 이력과 해묵은 가치, 우월주의에 매몰돼 시대를 역행하는 얼치기 진보주의자를 지적한 말로 보인다. 두 후보는 노 전 대통령을 말하기 전에 그를 언급할 자격이 있는지부터 돌아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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