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교육칼럼
참교육칼럼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7.06 23: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북교육청 앞에서…
오 희 진 회장 <환경과 생명 지키는 교사모임>

악이란 무엇인가 모든 것이 자연이고, 자연은 자연법칙에 따른다. 그렇다면 악도 자연법칙에 따라 생산된 자연 현상이 된다. 그런데 과연 그 악이 악일 수 있을까 장마가 시작되었다. 여름은 그 계속되는 우기를 맞아 내리는 비로 풀, 나무를 적시고 짙푸른 숲을 이루는 생명의 물이 된다. 그러나 곧 이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본성을 가진 물은 앞을 가로막는 땅위로 넘실대며 세상을 평평하게 만들고자 한다, 땅에 단단히 터한 것이라도 이때만큼은 격렬한 물의 힘에 부쳐 무너지고 그 자리는 사라지고 만다. 땅은 통째로 씻겨나가고 큰물은 그대로 그것을 제 몸에 섞어 우줄거리며 세상천지를 흙탕으로 만든다. 이는 악인가 그렇다. 이 자연의 악은 객관적으로는 중립적 성격을 갖는다. 이는 투명한 악이다.

다시 악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인간은 자연인가 그렇다면 인간이 행한 악은 자연의 악이 될 것이다. 이렇게 모든 사회의 모든 악이 다 자연의 악으로 환원된다면 또한 그 악을 우리는 악이라 할 수 있을까 장마가 시작되고 비는 때를 가리지 않고 내린다. 수년전 이즈음 당시 빗속에서 들은 것은 분명 천둥소리였다. '여러분 선생님 각자가 모두 교육기관이며 수천의 학교가 지금 처절하게 장대비를 맞고 아스팔트에 팽개쳐 있다.' 오늘 다행히 비는 그쳤고 충북교육청 앞에 교사들이 모였다. 충주 탄금중 교장의 비리를 규탄하고 이를 관리 감독하는 교육청의 빠른 조치를 요구하는 자리이다. 비록 비대신 잠시 갠 하늘의 서늘한 기운 속에 있다 해도 수년 전 천둥소리는 어김없이 다시 들려왔다. 그러나 듣지 못하는 '그들'이 있다. 이는 악인가 그렇다. 이 인간의 악은 그것을 선이라고 주장하는 매우 '인간적인' 악이기 때문에 자연의 악이 될 수 없다. 이는 불투명한 악이다. 자연의 투명한 악과 달리 매우 '인간적인' 이 불투명한 인간의 악은 그렇다면 어찌해야 하는가 이 불투명한 악에 대한 너무 유명한 얘기는 성서에 있다. 소돔에 오십 명의, 사십 명의, 더 없어도 열 명의 선한 자가 있다면 용서해 주겠냐는 간절한 기원을 배반한 것은 신이 아니라 인간 자신이었다, 인간은 선을 행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악을 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악이 오히려 선이 되고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현실은 이렇게 때때로 반복되는 것처럼 보인다. 정말인가.

악을 연구한 프랑시스 볼프는 역사적으로 항상 문제가 되어온 악은 악 그 자체라기보다는 두 가지 악 사이의 불균형이었다고 말한다. 악을 행한 만큼 다시 악을 되돌려 받으면, 즉 정당하게 처벌을 받으면 문제가 될 것이 없다. 정의가 실현된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마치 악이 없는 것처럼 될 것이다. 악을 행하고도 그 행악만큼 처벌 받지 않는 것이 오히려 '진짜 악'이다. 이 진짜 악 말고도 또 다른 악이 있다. 악을 저지르지 않은 자가 악행을 당하는 것이다. 이렇듯 선한 이가 당하는 악을 칸트는 '스캔달적 악'이라 했다. 악 그 자체는 인간의 슬픔이다. 그러나 악이 '진짜 악'이 되고 나아가 '스캔달적 악'으로 확장할 때 우리는 분노를 느낀다. 악이 정당하게 보상되면 우리는 오히려 정의감을 느낀다.

오늘 여기 모여 몇 배로 분노하는 이들이 갈망하는 것은 물론 정의의 실현이다. 경험은 '우리'와 '그들'이 다른 세계에 서서 사물을 바라보게 한다. 하지만 탄금중 사태를 드러내는 여러 증언 중에 다음의 짧은 호소 하나가 내리는 그 천둥번개는 내 안의 '그들'을 후려치며 눈물비를 쏟아 부었다. '(행악하는) 교장을 보면 얼른 교실로 몸을 피하라고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으로 아이들을 (교육적으로) 보호할 수는 더 이상 없었기에 여기 나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이를 들은 '그들도 우리처럼' 분노하고 정의를 갈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인간은 그 자체가 희망이기에. 그럼에도 아직 귀를 틀어막고 도리질하고 있는 이는 누군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