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민주당 차례다
이젠 민주당 차례다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1.06.13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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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국민의힘이 30대 이준석을 당 대표로 선출하는 역사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돌풍이 워낙 거세 떨어지면 이변이라는 농까지 돌았으나 막상 그가 당선돼 당기를 휘날리는 모습을 보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대표는 취임하며 구성원들을 하나로 녹여넣는 용광로가 아니라 각자의 개성을 가지고 공존하는 비빔밥을 만들겠다고 했다. 비빔밥을 제대로 만들려면 밥과 고명을 충분히 섞을 수 있는 양푼이 있어야 한다. 양푼은 클수록 좋다. 종재기로 비빔밥을 만들 수는 없다. 당이 젊은 대표가 국민의 입맛에 맞는 비빔밥을 만들 수 있도록 넉넉한 양푼이 돼줘야 한다. 당내 기득권 세력들이 그의 일천한 경륜과 성급한 언행을 물고 늘어지며 흔들어 댄다면 모처럼 찾아온 국민의 지지는 바로 철회될 것이다.

많은 국민은 이 대표의 등장이 몰고온 변화와 쇄신의 바람이 국민의힘에 국한되지 않기를 바란다. 다른 정당에도 바람이 전파돼 정치권 전반이 업그레이드 되는 결실로 이어지기를 희망하고 있다. 집권당인 민주당의 향후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이다. 그러나 아직 민주당에서 변화를 도모하는 기류가 감지되지는 않고 있다. 여전히 윤석열과 검찰에 매몰돼 소모적 논쟁거리만 양산하는 모습이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국민의힘 경선 하루 전날 라디오 방송에 나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이렇게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일종의 발탁 은혜를 입었는데 대통령을 배신하고 야당의 대선후보가 되는 것은 도의상 맞지 않는다”. 대통령의 인사권은 은혜를 베풀라고 맡긴 권한이 아니다. 대통령은 국정에 보탬이 될 인재가 있으면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발탁해야 한다. 대통령의 인사권은 국민을 대신해 참다운 인재를 찾아야 하는 책무에 가깝다. 신하들이 `성은이 망극하옵니다'를 입에 달고 살던 왕조시대에나 나올 말이 21세기 진보정당을 자처하는 민주당 대표의 입에서 나왔다. 민주당이 꼰대정당으로 전락한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대표 경선을 통해 주가를 올리는 와중에 법무부는 진보언론조차 편향적이라고 비판한 검찰 인사를 강행했고 공수처는 기어코 윤석열을 수사 대상으로 삼았다. 얻은 것은 최고치를 경신한 대선후보 윤석열의 여론조사 지지율 뿐이다.

이준석 대표는 일반 여론조사에서 압승을 거둔 덕에 최종 승자가 됐다. 하지만 민주당이 주목할 지점은 그가 당원(선거인단) 투표에서 올린 득표율이다. 37.4%를 득표해 나경원 후보(40.9%)에 이어 2위에 그쳤지만 표차는 근소했다. 국민의힘은 50세 이상 당원이 70%에 달하고 영남권 당원이 절반을 넘는다. 서울 출신의 30대 정치 신인이 치고들어갈 여지가 거의 없는 구조다. 한술 더떠 그는 이 정당의 본방인 대구에 가서 “박근혜 탄핵은 정당했다”고 외쳤다. 영남 보수의 정서를 정면으로 거스른 이 발언은 자폭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당원 투표에서 37.4%나 득표한 것은 당의 체질이 바닥에서부터 바뀌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당의 고루한 정치색이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음이 감지되는 대목이다. 그래서 이 대표가 2등을 한 당원투표 득표율이 압도적 1등을 한 일반 여론조사보다 유의미해 보이는 것이다.

만일 민주당에 “조국은 유죄다”라고 주장하는 당대표 후보가 등장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당원 37.4%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까? 아마도 재보선 참패후 조국을 건드렸다가 경을 친 초선의원들의 재판이 될 공산이 높다. 이준석 대표 체제 출범은 국민의힘이 당원들의 동의를 받아 `탄핵의강'을 완전히 건넜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나 `조국의강'은 여전히 도도하다. 민주당은 왜 유권자들이 한국정치의 쇄신을 보수정당인 국민의힘에 맡기고자 하는지 통렬하게 성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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