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마누라'는 최고 존칭어
조선시대 '마누라'는 최고 존칭어
  • 김금란 기자
  • 승인 2007.07.04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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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중앙연구원 황문환 교수, 편지·언간자료 관찰
'마누라'는 높임말이었다. 19세기에 남편이 아내를 '마누라'라고 부른 예가 발견된다. 이때의 '마누라'는 현대 국어와 달리 존칭의 의미로 사용됐다.

한국학중앙연구원 황문환 교수가 반년간 학술지 '장서각' 제17호에 실은 논문 '조선시대 언간 자료의 부부간 호칭과 화계'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순한글 편지, '간찰'이라고도 하는 언간 자료를 통해 상대방에 대한 호칭과 화계를 정밀하게 관찰한 결과다.

16∼17세기 조선시대 부부는 서로를 '자내('자네'의 옛 표현)'라고 불렀다. 당시 부부간에는 대등한 호칭과 화계(話階), 즉 청자를 대우하는 등급이 사용됐으리라는 추측이다.

논문에 따르면 현전하는 부부간의 언간 자료에서 '남편→아내'의 호칭으로는 '자내, 게, 게셔, 마누라' 등이 보인다. '자내'는 16∼17세기 언간에 주로 등장한다. 16세기에는 하소체 종결형, 즉 하여라체(안높임)와 하쇼셔체(높임)의 중간 등급과 주로 공존했다.

17세기 중반 이후부터는 하소체 외에 하압소체나 하압류(하소체에 화자 스스로를 낮추는'-삽-'이 결합된 것) 종결형과 공존하기도 한다. 이때 '자내' 앞에는 한 두 자 정도를 여백으로 비워 존대를 표시하는 격간법(隔間法)이 적용됐다. 아내 대우가 16세기보다 격상된 것으로 추정된다.

'마누라'는 19세기 언간에 극존대의 종결형과 함께 쓰인 예가 발견된다. 왕실 인물간의 언간에 쓰인 점에서 궁중의 높은 인물을 지시하는 데 쓰이던 '마노라'가 호칭으로 전용된 것으로 해석된다. 1882년 흥선대원군이 부인에게 보낸 편지 가운데도 '마누라'라는 글이 들어있다. "마누라계셔은 상쳔이 도으셔 환위을 하셧건이와"(마누라께서는 상천(上天)이 도우셔서 환위를 하셨거니와)

황 교수는 "여기서 '마누라'는 존칭의 주격조사 '계셔'와 결합한 것으로 보아 존칭으로 쓰인 것이 분명하다. 이는 중년이 넘은 아내를 허물없이 이르는 말인 현대국어의 '마누라'와는 경어적 가치가 다르다"고 밝혔다.

'아내→남편'의 호칭으로는 '자내, 게셔, 나으리' 등이 있다. 특히 16세기 '아내→남편'의 언간 자료로 유일하게 전해지는 '이응태묘출토언간'에서 발견되는 '자내'는 '남편→아내'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하소체 종결형과 주로 공존한다. 따라서 당시 부부 사이에는 대등한 호칭과 화계가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

황 교수는 "17∼18세기의 '남편→아내'는 주로 하압소체, '아내→남편'은 주로 하압류('-삽잡압'으로 끝나는 종결형)를 쓰고 있어 차등적인 화계 사용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으나 하압류와 하압소체 종결형의 관계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정확히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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