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발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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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7.03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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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따뜻한 선생님
김 선 희 <청주 죽림초등학교 교사>

"여러분이 지금까지 가장 슬펐던 일이 무엇인지 이야기해 볼까요"

"저는 할머니가 암으로 돌아가셨을 때가 가장 슬펐습니다."

(여러 명의 아이들이 자신이 경험을 이야기 한다.)

"저는 엄마 아빠가 싸우시고 엄마가 집을 나가셨던 날이 가장 슬펐어요."

"엄마는 돌아오셨어요"

"아니오… 아직요"

3학년 국어수업시간에 우리 반 맨 앞줄에 앉은 작은 꼬마 정규의 대답이다. 3학년이라고 하기에 너무도 작은 키의 동그란 눈을 가진 아이, 엄마가 아직도 안 들어오셨다는 말을 하며 왈칵 눈물을 쏟았다. 순간 교실은 조용해지고 다들 정규의 아픔이 내내 안타까운 듯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럼 오늘부터 선생님이 정규 엄마다. 엄마가 곧 오시겠지만, 엄마가 오실 때까지 정규엄마 해도 괜찮지 너희들은 어때(좋아요) 그럼 우리 정규가 엄마 오실 때까지 힘내라고 박수 좀 쳐주자(큰 박수)."

그날의 일은 이렇게 마무리 되었다. 왈칵 쏟아진 눈물과 우울한 표정을 지었던 정규는 친구들의 박수와 옆 친구가 어깨를 톡톡 두드리며 격려해 주는 소리에 얼굴이 조금 환해졌다. 하지만 나의 마음은 여전히 무거웠다. 그리고 수업을 마치고 많은 생각을 했다.

교사가 된 후 항상 마음속에 새겨놓은 말이 있다. '나는 프로다. 프로다운 모습을 잃지 말자' 교사로서 전문성을 갖추도록 노력하고 항상 연구하는 교사가 되자고 다짐했다. 그러나 오늘은 정말 내가 프로인지 묻고 싶었다.

3월에 아이들을 만나 많은 시간을 그들과 함께했다. 수업시간과 교내외 활동을 통해 아이들을 파악하고 그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했다. 매 시간 수업준비를 하고 생활지도를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지만, 정규에게 필요한 것은 그런 것들이 아닐 것이다. 그동안 아이들을 파악했다는 것은 어쩜 피상적인 것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 아이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한 것이 내내 아쉬웠고, 그렇게 마음 아파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한 것이 미안했다.

이제 15년 경력의 중견 교사가 되어 교사로서 나의 모습을 다시 정리해 보고 싶다. 정말 프로다운 모습의 선생님이 되기 위해 아이들에 대한 진정한 이해가 필요하며 그들이 아프고 힘들 때 기대고 쉴 수 있는 작은 어깨를 가진 가슴 따뜻한 선생님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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