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국서 구순 노모 걱정 `애타는 효심'
타국서 구순 노모 걱정 `애타는 효심'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1.05.06 2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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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기획] 베트남부부 코로나 속 망향가
석달 일정 한국 왔는데 … 코로나에 하늘길 막혀
항공료 폭등 부담에 일년 넘게 청주서 발 동동
“고향 가면 노모와 여행하며 새처럼 살고 싶다”
올해 67살 동갑내기인 누엔탄화이-단티사톨 베트남인 부부. /연지민기자
올해 67살 동갑내기인 누엔탄화이-단티사톨 베트남인 부부. /연지민기자

 

지난해 2월, 초청비자로 베트남에서 청주로 온 누엔탄화이(67)·단티사톨(67) 부부. 3개월만 머물다 떠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1년 넘도록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지인의 밭에서 상추, 오이, 고추를 따는 일을 도우며 비자연장으로 1년을 버텼지만, 향수병만 더 짙어갈 뿐이다.

누엔탄화이씨는 “코로나19가 시작된 후 국경이 폐쇄되고, 자가격리 기간 등으로 고향으로 돌아가는 상황이 어려웠다”며 “이후 한국 출입국 관리소를 통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았지만, 글을 읽지 못하는 아내와 동반 출국을 기다리다 한국 생활이 길어졌다”고 말했다.

의도치 않은 타지 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돌아갈 날만 손꼽아 기다리지만, 하늘길은 요원하다.

코로나19가 주춤하면서 비행기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오가지만 이전보다 5배 이상 비싸진 항공료를 감당하기가 버겁기 때문이다.

한 달 수입이래 봐야 부부의 항공료도 되지 않으니 선뜻 귀국길에 오르지도 못한다.

현재 무엇이 가장 힘드냐는 질문에 누엔탄화이씨는 “건강도 좋고 일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냥 빨리 고향에 가고 싶다. 불면증이 심해져 잠을 잘 수 없다”면서 “나 같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한국과 베트남 정부가 나와 같은 나이 많은 사람들이라도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대책을 세워줬으면 한다”는 말로 간절함을 전했다.

아내 단티사톨씨는 고향에 계시는 노모가 걱정이다. 베트남은 5월 9일이 `엄마의 날'인데 이제나저제나 딸을 기다리시는 노모가 눈에 선하단다.

“어쩌다 영상 통화를 하게 되면 쳐다보고 운다”는 울단티사톨씨는 “주변 사람들이 도와줘 버티는 힘도 생겼지만 고향에 계신 구순 노모의 안부도 궁금하고 친구들도 보고싶다”며 “전화로 안부를 전하지만 노모가 언제 돌아가실 줄 모르니 고향에 가고 싶은 마음뿐이다”고 말했다.

이어 “3개월 후에 간다고 해놓고 1년이 넘도록 돌아오지 않으니 노모가 오해도 한다”면서 “타지에서 언어도 통하지 않고 고립된 생활을 하지만 그나마 남편이 옆에 있어서 위로가 된다. 한국은 경제적으로 성장해서 깔끔하고 좋다. 그래도 베트남은 우리가 돌아가야 할 고국이고 고향이다”고 덧붙였다.

타지 생활 때문인지 부부가 고향으로 돌아가 하고 싶은 일이나 꿈도 소박하다.

남편은 아내를 오토바이에 태워 이곳저곳 여행을 하며 자유롭게 살고 싶고, 아내는 동네에 작은 슈퍼 차려 남은 삶 편하게 사는 게 꿈이다.

누엔탄화이씨는 “고향으로 돌아가면 오토바이에 아내를 태우고 여행하며 새처럼 살고 싶다”며 “이 나이에 먼 타국에서 갇혀 지내는 생활이 답답하다. 한국과 베트남 정부가 피치 못하게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꼭 대책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머나먼 타국에서 어버이날을 맞는 베트남 부부. 코로나에 막힌 하늘길이 활짝 열려 그들의 간절한 바람이 이뤄지질 희망해 본다.

 

/연지민기자
annay2@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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