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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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6.26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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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모(孟母)가 돼지고기를 산 이유
권혁두부국장(영동)

중국도 올해부터 어머니 날을 지정해 가없는 모정을 기리고 있다. 지난달 18일 중국 허베이(河北)성 성도인 스좌장(石家莊)에서 제 1회 중국 어머니의 날 기념행사가 열렸다. 이날은 음력 4월 2일로 맹자가 태어난 날이다. 맹자의 고향인 산둥(山東)성 쩌우청(鄒城)에서도 큰 경축행사가 열렸다고 한다. 중국이 이날을 어머니 날로 정한 것은 자식 교육을 위해 세번 이사하고, 짜던 비단을 찢었던 맹자의 어머니를 기리기 위해서다.

맹자의 어머니가 묘지에서 시장으로, 이어서 학교 근처로 세 번 이사한 삼천지교(三遷之敎)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식을 기르는 부모들의 '금과옥조'로 통한다. 중국의 어머니 날 지정은 본국에서도 드높은 그녀의 위상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맹모의 세차례 이사에 대해서는 다른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사를 거듭한 것이 더 나은 교육환경을 찾기 위해서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즉 묘지와 시장 근처를 주거로 삼았던 데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공동묘지 근처에서는 죽음을 통해 역설적으로 삶의 존엄을 깨우치게 했고, 시장에서는 사람들이 먹고사는 실물경제를 익히게 했다는 것이다. 아들에게 현장교육을 먼저 시킨후 이론의 장으로 보낸 선구적인 교육관을 가졌다는 해석이다.

백성을 위해 무엇을 해야하느냐는 제나라 선왕의 질문에 대한 맹자의 답변은 이 같은 해석에 공감하게 한다. "다섯 이랑의 뽕나무를 심으면 50대 장년들을 입힐 수 있고, 닭, 돼지, 개 등을 시기에 맞춰 기르면 70대 노인들에게 고기를 먹일 수 있고, 시기를 놓치지 않고 농사를 짓게 하면 여덟 식구의 가정이 굶지않을 것입니다… 이렇게 백성들이 비단옷을 입고, 굶주리지 않고 춥지않게 산다면 왕 노릇은 저절로 되는 것입니다." 맹자가 백성들을 배부르고 등따습게 하는 것을 군주의 1차적 덕목으로 꼽은 것은 공동묘지와 시장에서 세상사를 보는 현실적 안목을 키웠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맹모삼천지교'가 중국뿐 아니라 우리 대통령 선거판에서도 새삼 회자되고 있다. 자녀들을 명문 사립초교에 보내기 위해 위장전입을 일삼았던 이명박 한나라당 경선후보 쪽에서 '명박삼천지교'로 각색하면서부터다. 자식 잘되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다 같은 것 아니냐며 '인지상정'으로 몰아가는 형국이 가관이기는 한데, 일부 언론까지도 '한국적 정서에서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고 호응한 것을 보면 공감하는 계층도 적지않은 모양이다.

'맹모'를 빗대 위장전입을 미화한 사례는 이 후보 전에도 있었다. 2002년 장대환 총리 지명자가 강남 8학군으로 자녀를 위장전입시킨 사실이 불거져 낙마했다. 그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맹모삼천지교'로 이해해달라고 했다가 곱배기로 비난을 받았다. 그에 앞서 총리 지명을 받았던 장상 전 이화여대 총장이 위장전입이라는 암초를 만나 좌초하던 때도 '맹모'가 운위됐다.

발언 당사자들이나 그런 방식으로 자식을 1등으로 키우려는 부모들은 공감할지 모르겠지만, 서민들에게는 이 가당찮은 비유가 아이러니를 넘어 분노로 다가선다.

맹자가 동네에서 돼지를 잡는 것을 보고 어머니에게 물었다. "마을에 잔치가 있는 모양이지요". 어머니가 무심코 농을 했다. "너 주려고 잡는 모양이다". 아들이 입맛을 다시며 반기는 모습을 보자 어머니는 아차 싶었다. 농담으로 얼버무릴 수도 있었지만, 그녀는 자신의 발언에 책임지는 쪽을 택했다. 없는 살림을 털어 돼지고기를 사다가 아들에게 먹였다. 아들이 경박한 입놀림을 배울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독신자, 노동자, 여성, 장애인, 교수들을 폄하하는 경망스런 발언으로 적잖은 물의를 일으켰다. 이런 사람을 자신과 비교하는 '명박삼천지교'를 지하의 '맹모'는 어떻게 생각할까. 그녀를 기리기 위해 어머니 날을 지정한 중국 사람들도 이 뻔뻔스런 코미디가 꽤 황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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