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 페트병 구하기
투명 페트병 구하기
  • 엄기호 청주시 지적정보과 팀장
  • 승인 2021.04.13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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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엄기호 청주시 지적정보과 팀장
엄기호 청주시 지적정보과 팀장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테이크아웃, 비대면 판매, 특히 온라인 주문과 음식 배달이 급증해 플라스틱 쓰레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커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300세대 이상 공동주택 또는 150세대 이상으로 승강기가 설치되거나 중앙 집중식 난방을 하는 아파트 등을 대상으로 `투명 페트병 별도 분리배출' 제도를 본격 시행하기에 이르렀다. 재활용 배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현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재활용품 분리배출률은 OECD 국가 중 2위다. 분리배출이 습관화돼 있다는 반증이다. 2018년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재활용률은 62%로, 67%인 독일 다음이다. 하지만 열심히 분리배출한 쓰레기 중 실질적으로 재활용되는 양은 절반인 30~40% 수준에 불과하다고 한다. 62%가 재활용품으로 수거되지만 재활용이 안 되는 일회용기와 재활용품이 함께 배출되면서 선별 작업을 방해해 분리 비용이 증가하고 현장에서는 재활용 공정 기계가 고장이 나 이는 곧바로 재생원료(쓰레기를 재활용해 만든 원료) 품질 하락 등 재활용을 어렵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투명 페트병은 다른 자원에 비해 재활용이 쉽고, 의류나 가방 등의 원료가 되는 시트, 의료용 장섬유, 재생산 병 등 재활용 원료로서의 높은 가치가 있다. 한 가지 예를 들면 옷의 종류 및 디자인 등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일반 티셔츠 한 벌에 500㎖ 12병 또는 2L 5병, 긴소매 기능성 재킷에는 500㎖ 약 32병이 유용하게 재활용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유용성에도 불구하고 유색 페트병 등 다른 플라스틱 일회용품과 뒤섞여 배출되면서 또 한 번의 분리 과정을 거쳐야 재사용이 가능하지, 우선 1차로 재생 원료로의 활용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국내 재활용업체는 부족한 고품질 재활용 원료를 확보하기 위해 일본, 대만 중국 등에서 폐 페트병을 수입하는 실정이어서 그 양이 연간 2만2000t에 달한다 하니 이 무슨 아이러니란 말인가. 환경부에 따르면 고품질 재생 페트 재활용량은 지난해 전체 재활용량 24만t 중 11%인 약 2.8만t에 불과했으며 나머지 90% 정도가 그대로 폐기됐다고 한다. 분리배출한 재활용품에 얼마나 많은 이물질이 섞여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투명 페트병 별도 분리배출 대상은 음료, 생수병이다. 투명 페트병이 고품질 원료로 재활용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이물질이 없어야 한다. 투명 페트병을 버릴 땐 우선 투명 페트병을 씻은 후 재질이 다른 라벨을 제거하고 찌그러뜨린 뒤 투명 페트병 전용 배출함에 버리면 된다.

우선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시작됐고 모든 지역에 배출 체계가 갖춰지고 전 국민이 적극 참여로 생활화하게 되면 연간 10만t에 이르는 고품질 재활용 원료를 확보할 수 있다고 한다. 투명 페트병만 잘 버려도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는 것은 물론 외화 지출도 막고 새로운 산업 시장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쓰레기와 유색 페트병이 뒤섞인 그 속에서 투명 페트병 구하기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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